"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중증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들 볼로드킨 다닐랴(6ㆍ사진)군과 함께 23일 우리나라를 찾은 어머니 이리나(29)씨. 보건복지부가 올해 시작한 '한국의료 나눔 프로젝트'의 첫 수혜자로 꿈만 같은 현실이 믿기지 않은 듯 한국 정부에게 이렇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극동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 거주하는 다닐랴군은 선천성심장병(CHD)과 심실중격결손(VSD)을 앓고 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는 데다 인근에 심장병을 수술할 만한 전문 병원도 없어 이리나씨 가족은 하루하루 힘든 나날만 보냈다. 선천성 심장질환은 수술을 잘 받으면 평생 정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수술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이리나씨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복지부가 국내 의료기술 이미지 제고와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올해부터 실시한 의료 나눔 프로젝트의 첫 수혜자로 선정된 것. 항공료와 체재비는 우리 정부가 지원하고, 수술은 국내 민간 의료기관이 무료로 진행한다. 이번 수술은 29년간 러시아 중국 베트남 이라크 등의 어린이 900여명에게 무료수술을 해줬던 심장전문병원 세종병원(원장 노영무)이 맡게 된다. 노영무 원장은 "과거 우리나라가 선진국에서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어려운 이웃 국가에 돌려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한국의료 나눔 프로젝트는 러시아 지상파 방송인 RTR이 동행 취재해 의학정보 프로그램인 `펄스(Pulse)'를 통해 3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러시아 전역에 방송될 예정이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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