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도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아덴만 구출 작전 지시를 극찬하면서 꽁꽁 얼어붙은 정국에 데탕트(detente∙긴장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3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당청 회동에서도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대화 필요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 영수회담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4일 우리 군의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작전을 평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작전을 직접 지휘하셨다고 하는데, 훌륭한 작전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극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 군의 소말리아 해적 소탕에 박수를 보냅시다"라며 "대통령께서 발표하시니 모처럼 낭보로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밝혔다.
일단 민주당 내에선 국가적 낭보를 외면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나온 '릴레이 칭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비판할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지적하지만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평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은 자화자찬에 몰두할 게 아니라 구제역 잡는 일에 나서라"며 손 대표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차단하고 나섰다. 손 대표도 구제역 확산과 관련 "솔직히 대통령 책임"이라며 구제역이 정리되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청와대 및 여당과 극도로 대립해온 야당 지도부가 '찬사'라는 단어까지 언급한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덴만 작전을 계기로 여야가 대화의 접점을 찾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9월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만난 이후 영수회담을 갖지 않은 사실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장기간 만나지 않으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국정운영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우호적 접근을 반기면서 영수회담 추진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좋은 평가에 대해 감사하지만 아직 (영수회담 등) 행동에 나설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