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프로야구에서 타격 7관왕에다 9경기 연속홈런 세계신기록을 쓴 이대호(29ㆍ롯데)마저 연봉조정에서 패하자 팬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선수협회는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연봉조정 결과에 "섭섭하다. 앞으로 연봉조정 신청하는 선수가 없을 것 같다"고 한 이대호는 당장 올시즌 뒤 롯데에 잔류할지도 불확실하다.
부산팬들에게는 이대호가 자부심인데
한국야구위원회(KBO) 연봉조정위원회가 롯데 구단이 제시한 6억3,000만원(이대호 요구액은 7억원)으로 이대호의 올시즌 연봉을 결정한 20일 늦은 오후부터 KBO 게시판에는 비난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21일 오후까지 올라온 400건이 넘는 글들이 죄다 조정위의 결정을 맹비난하는 글이다. "연봉조정제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거냐"는 내용부터 "총재는 물러나라"는 극단적인 내용까지 KBO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가득하다. 일각에서는 롯데 상품 불매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은 21일 새벽 자신의 미니홈피에 "부산팬들에게는 롯데라는 구단보다 이대호 선수가 자부심인데…넓은 마음으로 재고를 소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선수협, "헌법소원 준비 중"
이대호의 연봉조정 관련자료 제출을 도운 선수협회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권시형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KBO는 조정위를 중립적으로 구성해 달라는 선수협회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했다.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헌법소원심판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선수협회는 21일 웹사이트(www.kpbpa.net)에 이대호의 연봉조정 근거 자료를 게시해 조정위의 결정이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조정위는 "이대호 측이 제출한 자료의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결정의 배경을 밝혔었다. 에이전트 제도가 자리잡은 미국과 달리 선수는 시작부터 불리한 출발선에서 싸움할 수밖에 없다.
이대호는 올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이대호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일본이 일찌감치 군침을 흘리고 있고, FA 보상 규모 완화로 국내 타 구단으로의 이적도 수월해졌다. 이대호를 데려가는 구단은 롯데에 연봉의 200%인 12억6,000만원+선수 1명 또는 연봉의 300%인 18억9,000만원만 보상하면 된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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