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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드레스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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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드레스 코드

입력
2011.01.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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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에선 드레스 코드(Dress Code) 논쟁이 한창이다. 스위스은행 UBS가 무려 44쪽의 드레스 코드 규정을 공개한 게 도화선. 여직원은 자신의 피부색과 비슷한 속옷을 입어야 하고 검은색 매니큐어를 칠해서는 안 된다. 스커트 길이는 무릎 중간 부분에 닿아야 하며 몸에 달라붙는 속옷이나 블라우스도 입을 수 없다. 화장은 파운데이션과 마스카라, 옅은 립스틱 정도로 가볍게 해야 한다. 남자는 검정이나 회색 정장에 검은색 양말만 신어야 한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속박한다는 비판에도 직원 복장이 회사 이미지와 고객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회사 입장은 완강하다.

■ 옷은 예로부터 사회적 지위와 재산, 직업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 에서 만주국 황제가 된 부의는 노란색 옷을 입은 동생에게 이렇게 외친다. "노랑은 황제의 색이다. 나 이외의 어떤 사람도 입어서는 안 된다." 이슬람 여인들이 온몸을 감싸는 부르카는 엄격한 율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체크무늬 옷은 가문과 혈통을 나타낸다. 16세기 영국의 튜더 왕조는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입을 수 있는 옷의 재질과 종류를 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모피는 고위 귀족, 벨벳은 기사 작위를 받은 사람의 아내에게만 허용됐다.

■ 서구 직장인들의 남녀 드레스 코드는 양복과 넥타이, 스커트와 블라우스가 일반적이다. 남자의 옷 차림은 직급별 차이가 거의 없지만, 여자는 회사 내 서열이 반영되기 마련. 예컨대 여사장은 고급 브랜드의 우아한 정장을 입고, 여비서는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는 식이다. 수십 년 간 불문율처럼 여겨져 온 드레스 코드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의 실리콘밸리 젊은이들이 미국경제를 좌지우지하기 시작하자,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자유 복장을 허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 그래도 은행원이나 변호사의 드레스 코드가 벤처기업 직원과 같을 수는 없다. 업무 성격과 효율을 고려한 복장을 갖추되, 함께 근무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과도한 노출이나 격에 맞지 않는 옷차림은 동료들의 업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당신과 직급이 같은 동료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옷을 입어라. 여기에서 너무 크게 벗어나면 호감 점수를 잃는다. 동료들보다 시원찮게 입으면 무성의하고 칠칠치 못해 보인다. 가장 안전한 것은 평균보다 살짝 수준 높게 입는 것이다."(프랑크 나우만의 <호감의 법칙> 중에서)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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