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지음
동녘 발행ㆍ324쪽ㆍ2만원
서울 강남역 부근에 있는 어반하이브. 콘크리트로 마감된 고층건물 전 층에 걸쳐 구멍이 뻥뻥 나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건물은 어떻게 해선 탄생한 것일까.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김인철씨는 <공간열기(空間列記)> 에서 이 건물이 역발상에서 나온 우연의 결과라고 말한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무대인 안동 봉정사 영산암은 일정한 배치형식을 갖추지 않은 채 여섯 채의 건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데도 감동을 준다. 영산암과 마찬가지로 어반하이브도 우연히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공간열기(空間列記)>
대학 건축과에 입학하면 서양건축사부터 공부한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신전에서 시작해 서양의 근대건축과 현대건축을 배우고 나면 건축의 의미와 가치가 서구적 논리로 채워지게 된다. 한국건축사는 부록처럼 다루어진다. 그래서 우리 전통적인 것, 내 것을 남의 것처럼 보게 된다.
이 책에는 100채가 넘는 집을 설계한 김씨가 이런 오류를 깨닫고 스스로 왜곡된 관점을 바로 잡으면서 우리 건축을 바르게 보려 한 노력이 담겨있다. 자신이 세운 건축물과 우리 전통 건축물을 비교해 가며 전통건축의 특징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독특하다.
김씨의 건축관을 드러낸 작품이라는 파주출판도시 웅진씽크빅 사옥은, 모두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철학적 의미가 다른 전남 담양 일대의 정자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탈북청소년을 위해 세워진 한겨레학교는 공간의 제약을 반복과 나열이란 방법으로 해결한 종묘와 강릉 선교장과 연결해 설명한다. 6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의 장소성에 중점을 둔 중앙대도서관은 고산 윤선도의 부용동 원림과 비교한다.
전통 건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집을 짓는 실제 상황을 유추해서 그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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