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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잘못된 교육과정 놔둔 채 수능 개편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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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잘못된 교육과정 놔둔 채 수능 개편 안돼

입력
2011.01.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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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적용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개편하기 위한 작업이 작년 네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이제 막바지 최종 결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결정은 엄청난 영향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각급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운영은 물론이고 교육의 향방까지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수능이 행사하는 파급효과는 교육과정에 비할 것도 없이 크다. 수능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교과를 학생들이 공부할 리 없고, 학교에서도 교육과정의 규정과는 상관없이 수능에서 비중 높게 다루는 과목을 더욱 집중하여 가르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이란 교과의 편제와 교육의 목표에서부터 내용과 방법은 물론이고 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모든 방법과 해법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규정으로 제시한 국가교육 계획이자 청사진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과정이 수능의 영향력 앞에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고, 그야말로 유명무실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이 교육과정이 국가 장래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나 교육 현장의 여건에 부합하지 못하였다는 데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9년의 개정 교육과정이다. 이것이 지닌 문제점은 교육의 현장에서 큰 혼란을 만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잘못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가져온 폐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번 공청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무슨 세력을 과시하는 것인지 저마다 자기 과목이 중요하다고 소리치고 있다. 또 학부모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엉뚱한 것을 엉뚱하게 많이 가르치고 있는 우리의 교육을 참다못해 자녀들을 해외로 조기 유학까지 보내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또 잘못된 교육과정은 특목고의 경우 교과과정을 비정상적으로 적용하도록 유도하였고, 교육당국은 이를 방조하거나 이에 아예 관심조차 없는 듯 보인다. 외고가 교육과정이 정한 대로 학교 현장에 적용하였다면, 과연 외고학생들 가운데 50%가 전체 수능의 15%안에 들어 갈 수 있었을까? 또 교육과정평가원은 해마다 수능의 내용과 방법 심지어 난이도까지 개입하여 결정하더니, 근자에 이르러서는 여기에 EBS까지 가세하여, 출제 유형의 제시를 통하여 각 교과들을 호령이라도 각 교과의 향방을 정하고 있다. 이는 잘못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자초한 결과들이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과정 개정이 무슨 업적이라도 되는 양, 급조해서 만들어 내는 것도 문제다. 이번 교육과정만 하더라도, 10년간의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이 대단히 혁신적인 교육 체계인양 제시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는 이에 대한 일언반구의 어떠한 반성이나 평가 없이 슬그머니 거두어들이면서, 국제 교육과정 비교 연구나 현장의 충분한 검토 과정 없이 급조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놓았다. 예컨대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2외국어는 배우지 않아도 되는 과목으로 제시되었다. 국민의 외국어 능력은 국가간의 경쟁 속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능력이다.

이번 수능 개편안은 교육과정의 편제에 부합하도록 시험과목의 선정과 비중을 맞춘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과정이 잘못 되었다는 데 있다. 잘못 만들어진 교육과정에 맞추어 수능 체계를 개편할 수는 없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개척 능력과 세계시민의 자질을 함양할 수 있는 과목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과 수능은 이를 보장할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한다.

한상헌 한국교원대학교 제2대학 불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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