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의 위험도가 사상 최초로 투자부적격 채권인 정크본드 수준을 넘어섰다. 유럽은행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의미. 유럽은행들의 투자가 많은 우리나라도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지수 기준으로 유럽계 은행 후순위채의 독일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4.55%포인트로 정크본드의 가산금리 4.24%포인트보다 0.31%포인트나 더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됐다.
유럽계 은행 후순위채의 평균 신용등급(A2)은 정크본드(B1)보다 8단계 높은 수준으로 평소에는 가산금리가 정크본드보다 1.3%포인트 더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 후순위채의 신용위험이 정크본드보다 더 높게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유럽 은행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연내 대규모 채권 만기도래에 대한 부담감 때문. 향후 3년간 유로지역 은행채 만기 도래액이 1조6,0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중 이른바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 은행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7,0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유럽위원회(EC)가 유럽연합(EU) 내 은행들이 파산하는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게 아니라 채권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은행 채권에 대한 위험을 키우고 있다.
유럽 은행들의 이런 신용위험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 국제금융센터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악화가 조달금리 상승을 통해 민간은행 부실을 심화시키는 구조는 당분간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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