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태풍이 임박했다. 감독당국 수장부터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 시중 및 국책은행장까지 CEO들의 대거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밑에선 벌써부터 치열한 자리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차기 회장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우리금융 CEO인선이 최근 들어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강만수 회장설' 때문. 당초 이팔성 현 회장의 유임확률이 높게 점쳐졌고 그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MB노믹스의 설계자이자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인선 구도는 매우 복잡해졌다는 후문이다.
강 전 장관은 지난 2009년 1월 재정부 장관에서 물러나 '2년 이내 유관기업 취업제한' 규정에서 벗어난 데다, 본인도 민간 부문 쪽을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하지만 우리금융 인사권을 아무리 정부가 갖고 있다 해도, 민간금융시장에서 경쟁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중 측근인 강 위원장이 임명될 경우 적잖은 논란과 후폭풍이 예상된다. 강 전 장관은 한때 신한과 하나금융 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장도 이번에 임기에 걸려 있다.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인선구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종휘 현 행장의 연임 가능성 외에 이순우 수석부행장, 윤상구 우리금융 전무 등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후보물색작업에 들어간 신한금융에선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이 차기 회장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직무대행격인 류시열 현 회장의 잔류 가능성도 있지만, 본인이 워낙 강하게 고사하고 있다. 행정고시 11회의 재무관료 출신인 한 이사장은 주일 재무관을 지냈고 지금도 한ㆍ일친선협회중앙회 부회장을 맡을 만큼 알아주는 일본통. 다만 관(官)출신이란 점과, 궁극적으로 재일동포 주주들이 그를 OK할 지가 관건이다.
3월말 임기 만료되는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마무리 등 그룹 내 중대 현안들을 감안할 때 연임 예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김 회장과 김종열 지주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으로 이어지는 '트로이카'체제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장(산은지주회장 겸직)과 수출입은행장 등 주요 국책은행장은 금융감독원장 인사와 맞물려 있다. 우선 3월 임기 만료되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후임에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어디든 국책은행장 한 군데로 자리를 옮길 것이 확실시된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결과는 예단키 힘든 상황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