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Free plus/ 여행 - 뽀송한 북국의 가루눈 비탈을 전나무 숲 나는 새처럼 활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Free plus/ 여행 - 뽀송한 북국의 가루눈 비탈을 전나무 숲 나는 새처럼 활강!

입력
2011.01.20 14:02
0 0

서울을 떠나 불과 세 시간여 만에 북유럽이나 캐나다에서 느낄 법한 북국의 한겨울 정취에 빠져들었다.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에서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영화 '러브레터'나 '철도원'에서 본 것처럼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시간이 멈춘 듯한 설국(雪國) 그 자체였다. 홋카이도 중앙에 위치한 토마무에서 훗카이도 겨울의 진짜 매력을 찾기로 했다. 순백의 설원 이미지와 함께 흰 눈에 가려진 열도의 뜨거운 역동성을 가슴에 담기로 했다.

파우도 스노에서의 황제스키

일본 최대 국립공원인 다이세쓰산(大雪山)의 관문이기도 한 아사히카와(旭川) 공항에서 토마무로 향하는 두 시간 남짓, 길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지나는 마을 건물들의 지붕은 눈이 건물 위에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해 대부분 뾰족한 모양이었다. 인도 옆에는 허리 높이만큼 눈이 쌓여 있고, 거리에는 한낮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그 눈길 얼음길을 많은 차량들이 용케도 오갔다. 이미 설국의 드라이브에 익숙한 그들이었다.

눈길을 따라 토마무에 도착하니 울창한 전나무와 자작나무 숲 속에 스키장과 초고층 호텔 4개 동(棟) 등 리조트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눈으로 하얗게 덧칠된 대자연의 경관과 거대한 인공의 조형미가 어우러진 장관이었다.

훗카이도의 눈이 다르듯 스키장도 달랐다. 특히 토마무는 1월 평균 강설량 218㎝에 평균 최저기온이 영하 18도로 스키장 입지로는 최적의 환경이다. 1972년 삿포로(札幌)에서 구미 이외 지역 최초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이후 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기에 훗카이도 지역의 리조트 건설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이곳의 눈은 '파우더 스노(powder snow)'라고 불리는, 스키를 타기에 적합한 습도의 가벼운 눈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눈은 쉽게 녹아 질척이고, 눈길을 걸을 때 옷을 젖게 한다. 그러나 토마무의 눈은 건조하다. 손으로 눈을 뭉쳐 보아도 푸석푸석하고 습기가 없어 쉽게 모아지지 않고 손가락 사이로 눈이 술술 빠져 나갔다. 눈을 매만졌던 손은 신기하게도 금방 말랐고, 눈밭에 몸을 던져도 옷이 젖지 않았다. 이렇게 눈이 건조하기 때문에 스키를 탈 때에도 푹신하고 부드러우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기다리지 않는 리프트, 거칠 것 없는 나만의 슬로프. 한국의 스키가 기다리다 지친다면 한적한 일본의 스키는 타다가 지친다. 그림같이 눈을 이고 있는 장대한 삼나무 숲을 지나고, 눈빛만큼이나 하얀 자작나무 숲을 스쳐 내려간다.

그 부드러운 눈밭에서 스키를 배웠다. 처음 신어본 스키였지만 한국인 강사가 친절하게 가르쳐 줬다. 이곳에 온 한국인 초급자들이 많지 않아 개인 레슨처럼 스키를 배울 수 있다. 비록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아 넘어질 때도 많았지만, 푹신한 설질(雪質) 때문에 아프지 않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스키 수업을 마친 뒤, 저 멀리 산 정상에 보이는 스키 최상급자들의 슬로프에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급경사에서의 스키는 엄두도 못 내고 카메라만을 든 채 곤돌라에 올랐다. 10분 정도 곤돌라를 타니 가장 높은 슬로프에 도달했다. 막힌 데 없는 시원한 전망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토마무 지명이 홋카이도 원주민이던 아이누의 언어로 '넓은 들판'이라는 뜻의 말에서 유래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리조트 주위를 둘러싼 설산들이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토마무의 리조트는 모두 17개의 스키 코스가 있어 스키어들이 실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우리나라의 슬로프와 달리 여유 있게 스키를 즐기는 것도 커다란 장점. 또 스노보드 역시 한국인 강사가 있어 쉽게 익힐 수 있다.

애프터스키는 뜨끈한 온천과 삿포로맥주로

스키와 스노보드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다. 스노모빌을 직접 운전하며 설원을 마음껏 누빈 것도 기억에 남는다. 칼바람 때문에 얼굴이 시렸지만, 눈밭을 미끄러지며 달리는 속도감은 잊을 수 없다.

스노슈즈를 신고 리조트 주변을 거니는 것도 운치 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길을 인도하는 직원이 설원 한복판에서 즉석에서 눈으로 된 테이블을 만들고 따뜻한 차를 대접해 주기도 했다.

추위 속 여러 야외활동으로 몸이 피곤해졌다. 더구나 홋카이도는 오후 4시만 되도 어둠이 찾아 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일본의 작가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郞)가 소설 에서 쓴 구절이 떠올랐다. "긴 그림자를 땅 위에 드리운 채, 야윈 말의 고삐를 잡은 한 사내가 아무 말없이 걷고 있었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하늘까지 맞닿아 있었다."

리조트 내에 노천탕 기린노유의 온천은 하루 종일 스키에 지친 피로를 풀어줬다. 고요한 숲에 둘러싸여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몸 속 깊숙이 따뜻함을 느꼈다.

뜨끈한 온천에서 몸을 녹인 뒤 홋카이도의 특산물로 유명한 삿포로맥주를 마시며 갈증을 풀었다. 홋카이도는 청량한 기후 덕에 양질의 홉이 생산된다. 이 때문에 일본의 대형 맥주회사들이 모두 홋카이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1872년 황무지나 다름 없던 홋카이도를 개척할 때 야생의 홉을 발견하고 이를 재배해 1876년 맥주로 만들어 낸 것이 삿포로맥주다.

깊고 진한 맛 뒤에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풍미가 일품이었다. 맥주에 조금씩 취하며 홋카이도의 겨울 밤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 토카치가와 온천 들른뒤 오비히로서 달큰한 부타동을

토마무 주변에는 관광 명소들이 많다. 호시노 리조트에서는 토카치가와(十勝川) 온천과 오비히로(帶廣) 시내를 버스 편으로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토마무에서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토카치가와 온천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몰(Moor) 온천으로 식물성 부식질 등 유기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한다. 1900년 온천이 처음 발견됐고, 1910년경부터 호텔들이 세워져 온천 마을이 형성됐다. 온천수가 갈색 빛깔을 띠고 미끈미끈한 느낌이 든다.

오비히로는 인구 17만명으로 토카치 지역의 중심 도시다. 오비히로엔 유명 향토음식들이 많다. 우선, 돼지고기 덮밥인 부타동이 있다. 돼지고기를 설탕 간장 등으로 맛을 낸 달짝지근한 소스로 구어 밥 위에 얹은 덮밥이다.

또 오비히로는 홋카이도의 농업 거점으로 각종 농축산물이 풍부하다. 이를 바탕으로 과자, 초콜릿, 유제품 등이 발달해 '과자의 도시'라고 불린다. 일본 내에서 유명한 과자 제조회사인 롯카테이(六花亭), 류게츠(柳月), 크랜베리가 모두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도심에서 이들 회사의 과자 판매점을 쉽게 찾아 달콤하고 고소한 제품 맛을 볼 수 있다.

■ 여행수첩

토마무는 산치토세(新千歳) 공항이나 아사히카와 공항을 거쳐 JR특급 또는 차편을 통해 갈 수 있다. 호시노 리조트의 골드카드를 구입하면 토마무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추가 비용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근 관광 명소를 찾아볼 수도 있다. 리조트에는 한국인 직원 5명과 30명의 워킹홀리데이 학생이 있어 언어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은 거의 없다. 여행을 위한 자세한 문의는 토마무 리조트 한국사무소 www.tomamuresort.co.kr (02)752-6262

토마무(일본)=글·사진 성시영기자 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