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남산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남산의 전통무예 국궁(國弓)장인 석호정(石虎亭)을 철거키로 하면서 해당 지자체인 중구청을 비롯해 학계와 체육계 등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구청은 20일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남산공원내 석호정 존치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 서울대 나영일 교수는 "석호정은 조선시대 어영청의 분영인 남소영이 있던 곳으로 한 때 1만4,000여명이 모였던 무과시험장이었고, 전국 370개 활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이라며 "서울시는 단순히 소나무를 심고 인공적으로 물을 흐르게 하면 남산의 자연환경과 역사가 복원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시는 석호정을 철거하고 은평구 갈현근린공원에 국궁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배드민턴장과 달리 석호정은 회원제로 운영돼 극히 일부 시민만 이용하고 있다"며 "이곳을 생태 숲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형상 중구청장은 "석호정은 1970년 남산터널공사를 하면서 이전하라는 당국 지시에 따라 회원들이 10억원을 모아 세운 뒤 국궁장 존치 조건부로 시에 기부채납한 것인데 이제 와서 시 재산이라며 일방적으로 철거하려 한다"며 "공청회 등 주민을 배려한 흔적이 없고, 위법한 공권력 행사이므로 헌법소원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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