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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상의료, 현실적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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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상의료, 현실적 대안인가

입력
2011.01.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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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의료, 보육으로 이어지는 무상복지에 대한 정치권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무상의료는 취약계층의 의료 부담과 고령화의 맥락에서 보면 정서적으로 이해가 가나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현재의 건강보험은 소득이나 질병에 따라 의료비 감면 또는 면제 혜택을 제공하지만 지원조건이 까다롭고 비급여 항목이 많아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재정 부담과 의료서비스의 질 측면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제도의 현주소와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라 본다.

건강보험 구조 개선부터

무상의료가 실제로 운영되는 나라도 있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의료를 이용한 환자들이 병원에 직접 치료비를 납부하지 않는다. 물론 의사나 병원이 국민들에게 공짜로 치료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중앙 혹은 지방 정부가 재정을 통해 의료비를 부담하는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고령자와 빈곤층을 제외하고는 의료비는 모두 본인 부담이다. 시장중심 의료제도의 운영으로 값비싼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갑작스런 질병에 대비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의료비의 70~80%를 보험공단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본인이 부담한다. 여기에 비급여 항목이 추가된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영국과 미국 제도의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의료를 이용할 때 돈을 내지 않는 영국이 아니라 모두 본인이 부담하는 미국이다. 2007년 기준 영국의 국민 1인당 의료비는 OECD 평균 수준인 2,900달러이다. 미국은 7,200달러로 세계최고이지만, 의료 이용의 불평등도 가장 심하다. 한국은 1,600달러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국가군에 속한다. 한국과 비슷한 제도를 가진 일본(2,500달러) 독일(3,600달러)도 각각 중하위, 중상위에 속한다.

이런 예상 밖의 결과는 나라마다 의료비 통제 및 관리 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동네마다 자리 잡고 있는 가정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 2차, 3차 기관의 진료를 받으려면 대기자 명단에 올려 한동안 기다려야 한다. 가정의가 불필요한 의료비를 차단하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의사, 병원의 이기적인 의료 행태를 적절히 통제하는 장치가 존재하지 않아 비용이 계속 치솟는 반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오바마의 의료 개혁안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은 정부의 의료수가 규제 및 심사평가, 본인부담, 비급여 항목 등의 제도를 통해 의료비 지출을 관리하고 있다.

1988년부터 전 국민의 대부분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국민의료제도는 세계 각국의 제도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최근 한국의 1인당 의료비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의료수요 증가와 노령화 현상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진료행위별 수가제라는 의료비 지불 방식에 기인하고 있다.

의료비 증가 적절한 대응을

이대로 간다면 의료비 증가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 의료 수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힘들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대체하는 진단명 중심 지불제도, 가정의사 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불요불급한 의료 수요와 진료를 통제하고 저소득층 및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비율을 확대하고, 소액 질환에 대해서는 개인의 부담을 강화하는 의료저축계정(Medical Savings Accounts)의 도입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제도에서 무상의료는 아무래도 현실적인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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