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이 그제 1주일간의 방일일정을 끝내고 귀국하면서 "세상이 하도 빨리 바뀌니 10년 후, 20년 후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출국 길에 "(제품의) 겉모양은 우리가 앞설지 몰라도 일본을 따라가려면 한참 더 배워야 한다"고 경각심을 촉구한 발언의 속편이다. 얼마 전 칠순 생일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또 한 걸음 뒤처질 수 있다"고 위기감을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매출 153조원 영업이익 17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주가가 장중 '마의 벽'이라던 100만원을 돌파한 날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은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승자의 여유 또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독려라기보다 경영 현장에서 느낀 소회가 그대로 담긴 듯해서다. 이 회장이 "일본에서 옛날 학교동창, 교수, 기업인들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도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 거냐에 대해 아무도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덧붙인 데서 위기감이 잘 묻어난다.
실제로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36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였고 이 중 240억 달러는 부품ㆍ소재 분야에서 발생했다. '목줄이 묶인 양쯔강의 가마우지'처럼 중국에서 열심히 벌어 절대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에 고스란히 내주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은 우리가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업종에서 선전해 지난해 412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지만 이런 식의 대일 의존이 지속되는 한 판도가 뒤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24일 청와대에서 '수출ㆍ투자ㆍ고용 확대를 위한 대기업 간담회'가 열리고 이 회장도 참석한다고 하니 기업현장에서 느낀 해외 동향과 정책과제를 가감 없이 전하고 내실 있는 결론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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