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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물고기 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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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물고기 동사

입력
2011.01.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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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적조, 겨울철 저수온, 어부들의 공포다. 바닷물 온도가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남해안 지역에 물고기 동사(凍死) 피해가 심각하다. 올 겨울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낮은 '라니냐 현상'도 왕성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좋아 양식을 많이 하고 있는 도미(돔)의 피해가 특히 큰 모양이다. 온대성 어류인 도미는 수온이 14℃가 되면 식욕이 감퇴하고, 12℃ 아래로 떨어지면 먹이 찾기를 멈추고 동면상태에 들어간다. 5℃ 이하가 되면 얼어 죽는다. 대중목욕탕 냉탕 온도가 16~18℃이니 요즘 남해안 바닷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 만하다.

■ 물고기는 주변 환경에 자신의 체온을 맞추는 변온(變溫)동물이다. 사람이 만져보니 몸뚱이가 차다고 냉혈(冷血)동물이라고 부르지만, 그다지 차갑지 않은 냉혈동물도 많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가 이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이 어떠한 주변의 온도에도 몸을 맞춰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거나 너무 차가워지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이 터지거나 오그라들어 혈액이 미처 적응하기 전에 죽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차가운 환경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죽는 걸 동사라 일컫는데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이다.

■ 바닷물 온도는 급변하는 게 아니고 물고기는 수온 따라 이동하기 쉬운데 왜 얼어 죽는 것일까. 우선 저수지나 호수처럼 딱히 이동할 길이 없을 때다. 한파가 닥쳤을 때 얼지 않은 수면에 물고기들이 둥둥 떠 있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2008년 2월 중국 광저우 도심의 호수에서 물고기가 전멸한 사례도 있었다. 대대손손 터줏대감처럼 살고 있는데 갑자기 찬 물이 유입된 경우도 있다. 2007년 8월 폭염이 한창일 때 동해안에서 망상어 황어 문어 등이 단체로 얼어 죽은 일이 있다. 갑작스러운 편서풍이 해수면의 따뜻한 물을 걷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 물고기 동사는 대부분 가두리양식장에서 발생한다. 문자 그대로 '가두리'그물 속에 있으니 수온에 따라 이동할 여지가 없다. 아무리 냉혈동물이라지만 수온이 4~5℃까지 내려가면 동면하는 도중 죽어버린다. 수온을 인공적으로 바꿔주는 방법뿐이다. 가두리그물을 수심이 깊은 곳으로 내려주거나, 추위의 영향을 덜 받는 외해(外海)로 끌고 가는 일이다. 바닷속에 온돌이나 보일러 시설을 만들기도 한다. 영세 어민들로서는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그나마 갑자기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대책이 없다. 예보와 협동, 행정지도와 장비지원 등이 필요하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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