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남북고위급 군사회담과 이를 위한 예비회담을 전격 제의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사적 대결 국면을 이어온 한반도 정세는 남북 대화 재개 국면으로 전환하게 됐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이날"오늘 낮 12시께 북측이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김관진 국방장관 앞으로 보내왔다"며 "북측은 군사적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고위급 군사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은 고위급 군사회담과 함께 대령급 혹은 장성급이 될 예비회담도 동시에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북한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를 의제로 다룰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며 "이 같은 의제를 다루는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후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북한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비핵화 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고위급 당국간 회담 개최를 북측에 역제의하기로 했다.
북한의 이번 제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완화를 촉구한 데 따른 선제적 제스처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실무급 예비회담은 별 어려움 없이 열릴 수 있지만 북한이 미중의 압박강도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는 핑퐁게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천안함 사태 이후 유엔군사령부와 장성급 회담을 위한 대령급 실무회담을 7차례나 가졌지만 시간만 끌다 성과 없이 결렬시킨 전례가 있다.
군 당국은 대화 재개를 환영하지만 북한에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있다. 정부는 본격적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추가도발 방지 확약, 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 등 세 가지를 제시한 상태다. 따라서 남북이 대화 테이블에 앉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까지는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이번 제의를 국방장관회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회담이 열리면 2007년 11월 김장수 전 장관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의 회담 이후 3년여 만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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