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책 한 권 만들면서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 출원신청까지 했겠습니까?"
베스트셀러 어린이그림책 <구름빵> 의 작가 백희나(40ㆍ사진)씨는 최근 신작 <어제 저녁> (스토리보울 발행)을 출간하면서 특허청에 상표등록 출원신청부터 해야 ?다. 그것도 뮤지컬, 애니메이션, 문구, 인형 등 '어제 저녁'이라는 제목이 상표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걸쳐서 말이다. 작품에 나오는 인형 11가지를 전면, 측면, 후면 등 수십 장 사진을 찍어 디자인 등록도 출원신청했다. 여기에 든 돈만 400만원이 넘었다. 어제> 구름빵>
백씨가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 연예기획사가 작년 8월 자신이 출간한 전작 <달샤베트> 의 이름을 도용해 '달샤벳'(Dalshabet)이라는 이름의 걸그룹을 데뷔시켰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 만든 제 작품이 걸그룹의 이름으로 온통 인터넷을 도배하는 것을 보면서, 죽어라 만들어 시궁창에 넣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달샤베트> 는 백씨가 1년 동안 안면마비까지 앓으며 만든 작품으로, 출간 이후 5개월 만에 3만5,000부나 나가는 등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달샤베트> 달샤베트>
백씨는 법적 대응도 알아봤지만 <달샤베트> 가 상표등록이 돼 있지 않아 해당 기획사에 사용을 중지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백씨는 "뮤지컬, 빵, 공연 등 달샤베트라는 이름이 상표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제품에 상표등록 출원신청을 일단 해놓았지만, 실제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등록까지는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달샤베트>
인터넷을 통해 백씨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기획사측은 한 달에 100만원을 지급하고, 2집부터 그룹명 앞에 'the'를 붙이겠다는 조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전만 해도 "제목은 저작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었다. 그러나 백씨는 후배들을 위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이를 거절했다.
백씨가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 당했던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7년 전 출간한 <구름빵> 은 40만권이나 팔렸지만, 백씨가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올린 수입은 850만원이 전부다. 무명의 신인작가 시절, 출판사는 원고료만 지급하는 조건으로 책을 출판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책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인세는 단 한 푼도 못 받는 셈이다. 또 책과 관련한 모든 지적재산권을 출판사에 넘겨줘야 했기 때문에, <구름빵> 을 소재로 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빵 등에 대해서도 아무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다. 구름빵> 구름빵>
백씨는 "작가에게 창작물을 빼앗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다"며 "아무리 작은 책이라도 저작권이 보호되고, 신인작가들도 당당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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