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의 핵심 인사로 지목된 이선애(83) 태광산업 상무가 12일 오전 10시께 서울 서부지검에 출석했다. 건강문제를 들어 소환에 불응했던 이 상무는 불응 사유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려는듯 응급차를 타고 등장, 응급실 간이침대에 누운 채 청사에 들어갔다. 준비한 휠체어는 타지 않았다. 병원에서 쓰는 하늘색 담요로 몸을 덮은 이 상무의 모습은 영락없는 환자.
그로부터 5시간여 뒤인 오후 3시30분께 검찰은 석 장의 기사스크랩을 언론에 배포했다. 한보 정태수회장,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휠체어 환자 모습으로 검찰에 출석, 동정 여론을 일으키려 한 정ㆍ재계 인사들을 비꼰 기사내용이다.
검찰이 응급실 침대에 누운 이 상무의 모습은 '쇼'라는 걸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이 상무는 타인의 도움 없이 몸을 꼿꼿하게 세운 채 '건강하게'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부인할 것과 해명할 것의 혼동 없이 명확하게 의사 표현도 확실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그 동안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두 번이나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다 "이번에도 안 나오면 강제 소환하겠다"고 경고를 받고서야 이날 출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상무가 응급실 침대에 누워 출석하자 검찰이 기사스크랩을 뿌려 '앙갚음'을 한 것이다. 수사방해 의도가 보이는 이 상무의 처신도 문제지만 검찰의 보복도 '유치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 상무를 상대로 그룹 비자금의 조성 과정과 용처를 캐물었다. 조만간 이 상무의 아들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도 재소환, 조사한 뒤 신병 처리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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