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빠른 템포의 공격 축구로 경기를 지배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수비적인 선수보다는 공격적인 선수를 중심으로 최종 엔트리를 구성했다. 취임 후 세 차례 치른 친선 경기에서 구사했던 3-4-2-1 포메이션 대신 4-2-3-1 포메이션으로 전술 기본 틀도 바꿨다. '빠른 공격 축구'를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조 감독의 구상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지동원(20ㆍ전남)이 정점에 서고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자철(22ㆍ제주), 이청용(23ㆍ볼턴)이 2선에 포진한 대표팀 공격라인은 숨쉴 틈을 주지 않고 상대를 몰아 붙였다. 좌우 풀백 이영표(34ㆍ알힐랄)와 차두리(31ㆍ셀틱)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7골을 뽑아냈다. 32개의 유효 슈팅을 날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득점률이 낮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아시안컵이 현 체제(16강 토너먼트)로 자리잡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이후 조별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조별리그에서 3골에 그치는 극심한 골 가뭄으로 고전했던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와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조광래 축구'의 색깔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조 감독은 취임 후 공격진의 끊임 없는 포지션 스위치와 빠른 패스를 통해 공격 활로를 개척하는 전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란(0-1), 10월 한일전(0-0)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비효율적인 전술이라는 지적과 함께 '만화 축구'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보여준 공격진의 짜임새는 '만화 축구'에 대한 회의론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
반면 수비진의 안정감은 다소 떨어졌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각각 1골씩을 허용했다. 수치 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골을 내주기까지의 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실책에서 비롯된 실점이기 때문이다.
바레인과의 1차전과 인도와의 3차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만회골을 내줬다. 이번 대회에서 심판들이 파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8강전 이후 위험 지역에서의 파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호주와의 2차전에서는 코너킥 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놓쳐 동점골을 내줬다. 골키퍼 정성룡(26ㆍ성남)의 판단력도 아쉬웠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공격력도 중요하지만 먼저 뒷문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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