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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머나먼 사이, MB와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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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머나먼 사이, MB와 손학규

입력
2011.01.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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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요즘처럼 청와대와 제1야당이 거친 전투를 벌이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과거엔 주로 여당과 야당이 말싸움을 했다. 청와대는 뒤에서 거들거나 말리곤 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가 직접 링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19일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청와대가 부딪쳤다. 박 원내대표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아들의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 제기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제보 받았다"고 주장했다. 발끈한 청와대는 곧바로 "야바위 정치"라고 맞받아쳤다. 지난 연말에는 원색적으로 정권을 비난한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이 정면 충돌했다.

청와대까지 정쟁에 끼어드는 상황이 됐으니 정국은 꽁꽁 얼어붙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치에서 대화는 완전히 실종됐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동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손 대표가 지난해 10월3일 취임한 뒤 110일 정도 지났지만 양측은 전혀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 특별만찬에서 잠시 조우했을 뿐 그 뒤 한 번도 대면하지 않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25일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가진 뒤 2년4개월 동안 야당 대표와 회담을 갖지 않고 있다.

양측은 영수회담이 열리지 않게 된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있다. 손 대표 측은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손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하면서 장외투쟁에 돌입해버렸다"고 반박했다. .

물론 양측 모두 단순히 '밥 먹고 사진만 찍는 회담'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그래도 대통령은 '국정 파트너'라고 하는 야당 대표와 종종 만나서 국정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입장 차이가 있더라도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형님' 격인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만나 이견만 확인할 바에는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더 나아가 '누가 뭐래도 나의 길을 가면서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최대의 덕목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다르다. 민주주의 실천 비용(cost)이 적지 않다는 정치학 이론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는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다.

어쨌든 이 대통령은 안상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자주 만나고 제1야당 대표와도 회담해야 한다. 대통령은 특히 여야 영수회담 등을 위해 야당을 달랠 수 있는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 가령 예산안 강행 처리에 따른 국회 파행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이라도 표명함으로써 야당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몸으로 막았기 때문에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여권의 주장만 반복해서는 결코 마음의 문을 열 수 없다.

대통령의 업무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정치이다. 특히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은 잘못이다.

국민통합을 추진하려면 대통령부터 여야 정당 지도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대통령은 신년 연설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취임 3주년(2월25일)을 앞두고 야당과의 대화의 문도 활짝 열었으면 한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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