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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치열해진 가전 '방문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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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치열해진 가전 '방문판매'

입력
2011.01.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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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가세 올해 시장규모 2조주도권 쟁탈전 예고 속 중소 업체들 강력 반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에 발로 뛰는 방문판매(이하 방판) 사업이 연초부터 가전업계를 달구고 있다. 중견ㆍ중소 가전업체들의 독무대였던 방판 시장에 대기업인 LG전자가 가세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18일 한국직접판매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5년 1조1,1000억원에 머물렀던 가습기 정수기 등 국내 환경가전 업계의 방판 시장 규모는 2010년에는 1조7,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엔 대략 2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방판 시장은 불황 속 무풍지대로 평가되는데다,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계사업도 펼칠 수 있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LG전자 진출로 주도권 경쟁

이영하 LG전자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수기는 우리가 가진 베스트숍에서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특성상 손님을 기다려서만 팔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설명도 해야 되고 이해도 시켜야 되니, 방문판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LG전자의 방판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 사장은 또 "방문 판매도 일반 중소기업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LG 브랜드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잘 교육 받은 사원이 나서도록 해, 무분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방판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내놓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LG전자의 방판 사업 진출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뜻도 내비쳤다. 이 사장은 "경쟁이 되니까 (기존 업체들과) 마찰이 있을 수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실력 있는 회사끼리 경쟁하면 더 좋은 제품을 공급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LG전자의 이 같은 방침에 기존 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홍준기 한국직접판매협회장 겸 웅진코웨이 사장은 "중소업체들이 오랫동안 키워 놓은 사업 분야를 대기업인 LG전자가 뒤늦게 들어온다는 것은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젓가락만 얹어 놓겠다는 심보"라며 "대기업이 들어올 만한 사업 영역이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사장은 이어 "대기업이면 대기업답게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소 가전 업체 관계자도 "LG전자의 방판 사업 진출 소식에 벌써부터 자사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며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방문판매 매력은 고객 확보·입소문

인터넷 활성화에 힘입어 온라인 쇼핑몰이 백화점 및 대형마트 못지 않게 주요 상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처럼 원시적인 재래형 방판 사업이 각광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체 관계자들은 먼저 방판 마케팅만이 가능한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를 우선 꼽는다. 고객들은 판매원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데다, 제품 체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한번 구입한 제품에 비교적 높은 신뢰를 보낸다. 여기에 확보된 고객이 제2의 고객을 끌어 들이는 구전 마케팅 또한 무시 할 수 없는 방판 사업만의 매력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객들과 직접 대면을 통해서만 가능한 이 같은 방판 마케팅의 효과를 온라인쇼핑이나 기타 오프라인 매장에선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게 해당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인간적이고 유대감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에서 방판 마케팅은 어떤 비즈니스 수단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오 한국직접판매협회 부장은 "합리적인 사고를 우선시하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정(情)을 중요시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간적인 접촉을 통한 방판 사업의 장점은 물리적으로 계산하기가 어렵다"며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방판은 다른 어떤 온ㆍ오프라인 마케팅 보다 강력하게 소비자들에게 먹혀 들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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