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병가에 주가 곤두박질… 경쟁사엔 호기
애플의 상징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지 하루 뒤, 18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애플의 주가는 4%대의 하락세를 보이며 약세로 출발했고, 앞서 17일(현지시간) 독일 증시에서는 8% 이상 곤두박질치며 시가 총액 기준으로 220억 달러가 사라졌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2.11% 상승했다. 왜 그랬을까. 한낱 개인의 부재가 증시를 흔든 이면에는 잡스의 건강에 따라 애플의 앞날이 바뀔 수도 있는 'CEO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잡스가 심상찮다
잡스의 병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2009년에 췌장암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간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호르몬 이상으로 그 해 6개월 동안 병가를 낸 적이 있다. 업계에서는 그가 여러 차례 수술 병력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잡스는 17일 병가를 떠나며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병가 이유와 복귀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애플을 많이 사랑한다. 가능한 빨리 복귀하고 싶다"는 말만 남겨 그의 병세와 애플의 미래에 대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세간에서 잡스의 병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애플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단순히 CEO여서가 아니라 제품 디자인부터 광고까지 모든 것이 그의 결정에 달려 있다. 애플이 이토록 잡스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그의 완벽주의 때문이다.
완벽주의자 잡스 중심의 애플 경영
한때 애플에서 잡스를 쫓아내고 사장을 했던 존 스컬리 조차도 미국 '컬트 오브 맥'사이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잡스는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스컬리에 따르면 잡스는 디자인을 최고로 꼽는 스튜디오 마스터 같은 존재였다. 제품 개발의 처음부터 끝까지 장인 정신을 갖고 모든 것을 관장하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그의 완벽주의는 제품개발과 잘 맞아 떨어졌다. 1980년대 맥킨토시 컴퓨터를 내놓으면서 컴퓨터가 업무기기가 아닌 가전처럼 가정에 자리잡을 것을 예견했던 그는 누구나 경험에 기초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디자인을 최우선 요소로 꼽았다. 잡스의 이 같은 원칙은 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디지털 기기의 흐름을 주도한 인기 제품들로 이어지며 애플을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문제는 최고의 디자인을 완벽주의에 사로잡힌 잡스가 결정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세계 각국별 제품광고조차도 잡스의 승낙을 얻지 못하면 나가지 못한다. 뉴욕 애플스토어 바닥과 계단에 강화유리를 설치하는 것도 다른 상점과 차별화를 꾀한 잡스의 결정이다.
직원들의 인터뷰조차도 못하게 한다. 잡스 자신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입사할 때 제품외 회사 사항에 대해 일체 대외 발언을 못하도록 돼 있다"며 "직급을 떠나 누구든 이를 어기고 인터뷰하면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희비가 엇갈리는 애플과 경쟁사들
이처럼 잡스의 완벽주의가 빚은 성공을 볼 때 그의 공백이 불안감을 불러오는 것은 당연하다. 경우에 따라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제품 개발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잡스는 뉴스코프의 CEO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과 아이패드 전용 신문을 합작 개발하기로 한 계획 발표도 연기했다. 이렇게 되면 4월 이후 예정된 개발자포럼 및 아이폰과 아이패드 후속작 진행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애플측은 제품 일정이나 사업 계획은 잡스의 부재와 상관없이 진행된다고 강조한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은 여러 명의 우수한 부사장들이 있다"며 "사업 계획은 문제없이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잡스는 병가를 떠나며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ㆍ부사장)에게 회사 경영을 일임했다. 무엇보다 애플 직원들은 병가가 처음이 아니어서 괜찮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잡스 의존도가 높은 애플의 경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애플의 강점인 디자인을 잡스가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후속 제품의 출시 일정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필 시점이 공교롭게 전세계 업체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경쟁을 벌이며 추격전을 펴고 있는 때여서 애플의 미래를 불안하고 보고 있다. 심재엽 신한투자금융 투자전략팀장은 "잡스가 빠진 애플이 과연 기존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독창성이라는 색깔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이는 앞으로 아이폰5, 아이패드2의 출시 지연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업체들에게는 호기가 될 수 있다. 갤럭시S의 후속 제품을 다음달 공개하는 삼성전자나 새로 태블릿PC를 내놓는 LG전자와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 국내외 경쟁업체들은 애플을 제칠 수 있는 시기로 보고 있다.
더불어'잡스는 곧 애플'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지는 애플의 이미지 타격도 크다. 모 업체 관계자는 "잡스의 공백은 애플의 제품을 믿고 쓰는 사람들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경영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잡스가 있을 때와 무엇인가 다를 수 있다는 사람들의 우려가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