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어 있는 점자표시 위ㆍ아래가 바뀐 걸 지적 받고 고쳤어요. 아무리 해도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구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곱창골목 옆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홍익몰'. 건물에 다가서자 엘리베이터 앞까지 쭉 뻗어 있는 노란색 시각장애인 안내 블록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와 건물 사이 턱이 없어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나 여행가방을 끌고도 걸릴 게 없었다. 모든 작동 상황을 안내 멘트로 알려주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연장이 있는 지하 3층으로 향했다.
공연장 출입문 바닥도 복도와 매끄럽게 연결돼 있었다. 복도를 돌아 화장실로 향했다. 남ㆍ여 따로 두 개가 있는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서자 두 개의 비상버튼이 눈길을 끌었다. 변기 옆에 있는 것은 장애인 호출용이고, 더 바닥 쪽에 있는 것은 이용자가 쓰러졌을 경우를 대비한 비상용이다.
아직 개관 하지 않아 사람은 없었지만, 매표소 안에 있는 수신기와 바로 연결된다. 매표소 창구도 어른 허리 높이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물론 어린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배충식 관리소장은 "매표소 창구에 붙어 있는 스펀지 보호대도 장애인의 지적에 따라 나중에 두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18일 '홍익몰'과 성북구 하월곡동 홈플러스 월곡점을 첫 '서울형 무장애 건물'로 인증했다고 밝혔다. 서울형 무장애 건물 인증제는 장애인ㆍ임산부ㆍ노약자 등이 장애물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민간 건물을 평가ㆍ인증하는 제도이다. 특히 장애인이 직접 심사과정에 참여해 건물의 편의시설을 점검한다.
심사를 통과하려면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정한 용도별 편의시설 기준을 완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울시 권장사항 중 필수항목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 선택항목 7개 분야 중 4개를 적용해야 한다.(표 참조)
홈플러스 월곡점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휠체어 전용 계산대, 시각장애인용 화상전화대, 장애인주차장 LED 안내판 등을 설치하여 심사위원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체장애 1급으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심사에 참여한 안중원씨는"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한 것"이라며 "우리가 직접 써 보면 문서에 나와 있는 기준이나 수치보다 훨씬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시설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중요하다"며 "장애인이 실제로 물건을 사고 공연을 관람하기 쉽게 서비스에 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새로 준공한 건물이나 기존 시설물의 인증을 받으려면 서울시 장애인복지과나 해당 구청에 신청하면 된다. 심사를 통과하면 건물에 인증현판을 달아준다. 시 관계자는 "현재 10여 개 자치구에서 신청한 건물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며 "장애인 편의시설 확대를 위해 지방세ㆍ수도료 감면 혜택 등을 관계부서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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