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특별재판소(STL)는 17일(현지시간) "검찰이 2005년 발생한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범에 대한 1차 공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암살 용의자의 이름과 혐의 등 구체적인 기소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재판소는 전심 재판부 대니얼 프란센 판사가 공소장을 검토한 뒤 4~6주 안에 법정을 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에서 살인이 묵인되던 시대의 종결을 향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 제출은 레바논의 정정 불안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그룹은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STL의 조사에 불만을 품고 12일 연립정부에서 전격 탈퇴했다. 헤즈볼라는 STL의 발표 직후 "하리리 전 총리 암살과 관련한 조직원의 체포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종파간 무력 충돌과 유혈사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레바논은 2008년 수니파와 시아파의 극심한 대립으로 81명이 사망하는 등 내전 직전 상황까지 갔었다. 숨진 하리리 전 총리는 수니파 지도자로 친서방 정책을 펴왔다.
레바논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터키, 카타르, 시리아 정상은 이날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레바논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동을 갖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의 중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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