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공주는 잠 못 이루고’나 ‘옛날 이 궁전에서’ 같은 주옥 같은 아리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대 자금성이 배경이라는, 지극히 중국적 정황 속으로 더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중국 작곡가 하오웨이야가 중국적 색채를 가미해 2005년 완성한 ‘투란도트’를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한다.
이 오페라는 중국 국가대극원 관현악단(NCPA) 수석지휘자이자 부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리신차오가 지휘하고 국가대극원 연출가 천씬이가 연출한다. 특히 소프라노 순씨우웨이, 테너 목워렌 등 중국 국가대극원 단원 190여명과 소프라노 박지현, 테너 박지응씨 등 한국 음악인 200여명이 함께 만드는 무대의 위용이 객석을 압도한다.
옛날 조상의 왕궁을 침략해 황실을 유린한 원수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신에게 청혼하는 남자들을 괴롭히는 차갑고도 아름다운 투란도트공주의 이야기다. 이 무대는 푸치니가 미완으로 남겼던 작품의 뒷부분을 추가한 버전이다. 인간들에 대한 증오의 마음이 풀린 투란도트공주가 “그의 이름은 사랑이다”며 칼라프왕자와 뜨겁게 포옹하며 일단락 맺는 장면은 대미에 버금간다. 5음계를 적극 구사하는 등 중국풍으로 완전 새롭게 개작된 이 대목은 국내 초연이어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무대는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오페라의 역사에서 굵은 결절점을 형성했다. 우선 ‘나비 부인’으로 동양적 요소에 눈을 뜬 푸치니가 동양성을 작품 전체의 뼈대로 삼게 됐다는 점이 이 작품이 갖는 음악사적 의미다. 또 한국의 오페라 수용사에서도 하나의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오페라단 측은 “이 무대는 한중 오페라 교류의 모범 사례 지향하는 동시에 한국이 동양 오페라의 중추국으로 거듭날 것임을 천명할 계기”라고 밝혔다. 2002년 잘츠부르크에서 전자음악을 동원하는 등 현대적 색채를 강화했던 경향과 대척점에 선다는 점 역시 중요한 포인트.
이 작품은 중국이 자랑하는 거대 공연장인 중국 국가대극원의 개관 무대를 바로 잇는다, 지휘자 리신차오는 중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빈국립오페라극장에 입성한 데 이어 1999년부터 중국 국가대극단 관현악단을 이끌고 있다. 연출자 천씬이는 ‘오델로’ 등 서양 고전에 대한 파격적 해석으로 주목받은 여류다. 중국 문화부로부터 최고전문가 칭호를 부여받은 무대디자이너 까오 과앙찌엔의 장려한 무대 또한 볼거리다.
지난해 8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오페라는 폭염 등의 이유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25~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6_5282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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