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개미의 귀환… 이번에도 뒷북만 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미의 귀환… 이번에도 뒷북만 치나

입력
2011.01.18 12:15
0 0

증권시장의 오랜 격언 중 하나. '객장에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건 바로 상투(고점).'

워낙 개인투자자들이 뒷북만 치다 보니까 이런 속담까지 등장한 것. 실제로 과거 증시 상승기마다 돈을 번 건 외국인들 뿐이고, 뒤늦게 따라 들어간 개인들은 늘 외국인들이 휩쓸고 간 빈자리에서 눈물만 삼켜야 했다.

그런데 요즘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의 행렬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코스피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있는 시점에. 그러다 보니 또 다시 과거처럼 '상투'를 잡는 우(愚)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이번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일지, 예상도 분분하다.

개인 행렬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들은 이날 96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지난주부터 단 하루(12일)를 제외하고 내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7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이 사들인 주식은 모두 1조6,100억원어치. 반면 외국인은 20주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며 67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개인들이 방향을 튼 건 확실해 보인다. 지난 2년간 주가가 1,000대에서 2,000대로 상승하는 사이 개인들은 7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 치웠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개인 매매가 순매수로 돌아섰고, 추가 매수를 기다리는 고객예탁금도 2조5,570억원 불어났다.

진짜 귀환인가

하지만 지금 증시에서 활약하는 개인은 전형적인 '개미'들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를 중심으로 한 비교적 '큰손' 자금들이 주식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문형 랩은 작년 12월 한달 새 1조3,000여억원을 끌어 모았고, 이달 들어서도 1조원 이상이 이미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개인자금이기는 하지만 소액보다는 거액 자금이 유입되는 형국"이라며 "개미군단의 묻지마식 투자가 아니라 소수 우량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면서 개인이 가격 결정에서 과거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울까 웃을까

과거 패턴이라면 외국인이 이익을 남기고 처분하는 주식을 개인들이 떠안으면서, 그저 손실만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형적인 상승장의 꼬리잡기이자 상투 잡기인 셈.

실제 외국인 움직임은 벌써 심상치 않다. 개인들이 들어오는 것에 맞춰 외국인들은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작년 11월 저점 대비 11% 이상 상승하는 등 해외 다른 증시에 비해 짧은 시간에 급등하면서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심이 생겼고 또 아시아 신흥국에서 물가압력이 높아지고 긴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외국인에게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개인들이 외국인에게 비상구가 되어줄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영증권 김세중 팀장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러시가 본격화할 경우 개인들이 비상구가 될 것"이라며 "더욱이 최근 개인 투자가 소수 종목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경우 그 충격이 더 증폭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만 보면 개인들이 뒷북만 치고 물러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도 있다. 지금 증시에 들어오는 개인 자금은 쉽게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개미군단 자금이 아니라, 자문사들의 정보력과 매매능력을 토대로 주도주를 공략하는 자문형 랩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많기 때문. 한 시장관계자는 "자문형 랩에 유입되는 개인자금은 기본적으로 시장 정보에 민감한 똑똑한 돈, 즉 스마트머니적 성격이 강하다"며 "옛날처럼 외국인 뒤치다꺼리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아직은 '상투'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들어오는 개인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개인자금이 유입된 뒤에도 주가는 20% 정도 더 상승했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