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이 비폭력과 관용을 강조했던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추모열기로 뜨거웠다.
AP통신과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애리조나 총기난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국인들은 이날 킹 목사의 82번째 생일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와 공공업무를 위한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그의 평화 정신을 되새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는 이날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워싱턴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그림 그리기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한 주는 우리가 미국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킹 목사는 정의와 평등은 물론 자원봉사에 대한 꿈도 있었다"고 국민들에게 지역사회 참여를 당부했다.
이날 킹 목사가 1960년부터 8년간 설교했던 애틀랜타 시내 킹 센터의 에벤에셀 침례교회 예배에는 정치인, 성직자, 공무원, 군인,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 등 2,000여명이 운집했다. 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터 킹 3세와 유족들은 교회근처에 안장된 킹 목사와 부인 코레타 스콧 킹 여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헌화했다.
킹 목사와 함께 흑인 민권 운동에 앞장섰던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킹 목사가 설교했던 것처럼 미국인들이 평화와 사랑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킹 목사가 오늘 우리에게 말할 수 있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의 견해에 찬성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들이 존경 받을 가치가 있는 인간임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킹 목사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평화 전도사였다"라며 "총기사건은 킹 목사의 비폭력, 관용, 열정, 정의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마이클 너터 시장을 포함한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킹 목사 탄생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에게 컴퓨터를 제공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는 이날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가 주 의회 의사당에 걸린 인종차별을 의미하는 남부연방깃발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킹 목사가 196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을 기념해 1986년부터 매년 1월 3번째 월요일을 킹 목사 기념일로 정해 추모해왔다. 올해는 25번째 기념일이다. 미 대통령을 지내지 않은 인물에 대해 연방 기념일로 지정한 사례는 킹 목사가 유일하다.
한편 흑인관련 뉴스 전문 웹사이트 더그리오(www.thegrio.com)는 이날 학계와 문화예술계, 운동가 등 25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을 상대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지도자를 선정한 결과 킹 목사가 오바마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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