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ㆍ재계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방미 선물로 '통 큰'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후 주석의 이번 방미 보따리에도 미국이 가장 기대하는 전격적 위안화 절상 선물은 포함 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후 주석은 16일 워싱턴포스트 및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공동 서면인터뷰에서 거듭 위안화 절상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중국은 금리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으로 인플레와 싸우고 있다"며 "그러나 인플레는 환율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주 인플레 억제를 위한 위안화 절상을 주장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후 주석은 내친 김에 달러가 지배하는 국제통화 시스템은 "과거의 산물"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위안화 환율 절상으로 중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며 미국이 원하는 속도의 위안화 환율 절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상회담을 해보기도 전에 위안화 절상 불가를 외치는 중국에 대해 미국에서도 벌써부터 냉기가 돌고 있다. 미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중국의 공허한 말은 이제 충분히 들었으며 이제 대화의 시간은 지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중국을 겨냥한 환율조작국 제재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나선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피해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결국 미중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 및 무역불균형 문제 등을 놓고 양국은 첨예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위안화 저평가를 지적하며 신속한 환율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후 주석은 위안화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절상속도는 중국 시간표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달러-위안화 환율은 후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13일 달러당 6.6위안 이하로 내려간 이후 역대 최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후 주석은 오히려 달러의 과잉유동성에 따른 문제점을 짚으며 역공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측간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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