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법정에서 줄곧 김일성 부자를 찬양한 남성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남한체제가 근거없는 친북 발언이나 선동 행위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결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우진)는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동영상을 포털사이트에 올린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죄)로 구속기소된 김모(47)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선고 직후 석방됐다.
1980년대 후반 군복무를 마친 김씨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등 이념서적에 심취해 자연스럽게 친북주의자가 됐다. 그는 지난해 8월15일 유명 포털사이트에 김정일 부자를 영웅시하는 내용이 담긴 찬양가를 올리는 등 6~8월 사이 동영상 20건을 잇달아 게재했다. 검찰에 적발된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김일성 부자는 위대한 분들로, 그분들을 위해 평생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노골적으로 북 체제를 찬양했다가 결국 구속됐다. 세기와> 자본론>
김씨의 친북 발언은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북한은 가장 이상적인 나라이고 우리나라의 정통성은 북한에 있으며 북한의 선군사상을 만능의 보검으로 생각한다"고 북한의 체제선전용 수사를 자신의 신념인양 떠벌렸다. 이에 검찰은 "'인터넷은 국보법이 무력화된 특별공간이기 때문에 적극 활용하라'는 김정일의 교시에 따라 북한이 국가 차원의 사이트를 개설해 국내 젊은이를 공략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국보법상 찬양ㆍ고무죄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처벌의 필요성에는 동감하면서도 처벌 정도에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우선 "헌법재판소의 국보법 합헌 판단과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이미 일단락됐고, 남북한 대치갈등이 현존하는 현실에서 처벌의 당위성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가 동영상을 배포하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았고, 대한민국 사회의 발전과 성숙도에 비춰 과거와 달리 위험이 매우 크지 않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