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는 17일 "영ㆍ유아 필수 예방접종비 전액 지원사업을 올해도 계속하지만 재정난으로 접종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72곳에서 9곳으로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자치구로 알려진 강남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강남구는 2009년 5월부터 전국 최초로 예방접종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해왔다. 이에 따라 강남구에 거주하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들은 B형간염, 결핵, 소아마비, 수두, 일본뇌염 등 8가지 필수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강남구에서 무료 예방접종을 받기가 쉽지 않게 됐다. 접종 대상병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올해 병원에 지불하는 접종수수료 단가를 1만5,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깎아줄 것을 강남구의사단체에 요청했지만 참여가 저조한 탓이다. 강남구 관계자는"구예산이 크게 줄어 모든 사업 재검토와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지만 예방접종 지원은 주민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라 의료인의 고통분담을 요구했다"며 "예방접종은 수익만을 고려할 수 없는 의료인의 의무인 만큼 더 많은 병원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남구가 이처럼 재정난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구의 올해 예산은 5,410억원으로 지난해(6,403억원)에 비해 1,000억원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강남구는 각종 사업예산에 편성했던 행사ㆍ홍보비 및 포상금을 평균 20% 이상 삭감했고, 89개였던 민간위탁사업 중 20개를 폐지하고 42개를 구조조정해 85억원을 줄였다. 예방접종 지원 예산도 지난해보다 8% 감소한 6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예산이 줄어든 이유는 재산세공동과세에 따라 세수가 줄어든 데다 서울시의 보전금 지원도 올해부터 없어졌기 때문이다. 재산세공동과세는 구에서 걷어 쓰던 주민 재산세의 절반을 시에서 가져간 뒤 25개 구에 똑같이 배분하는 제도다. 서울시 자치구 간의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시는 강남구 등 세수가 감소한 일부 구의 재정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원 감소분의 일정 부분(2008년 60%, 2009년 40%, 2010년 20%)을 보전해 왔으나 지난해로 이마저 끝났다. 지난해 강남구가 받은 보전금은 253억원에 이른다. 세수가 줄어든 강남ㆍ서초ㆍ중구는 재산세공동과세에 반발해 국회를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10월 기각됐다.
지난해 자치구별 재산세 부과액은 강남구가 3,423억으로 1위였고, 강북구가 206억으로 가장 적었다. 강남구와 강북구의 재산세 수입 격차는 16.6배에 달하지만 공동과세로 실제 차이는 4.7배로 줄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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