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의 종착역은 어디?’
벤 알리 정권의 23년 독재 체제를 무너뜨린 튀니지발 시민 혁명의 불길이 확산될 조짐이 완연하다. 튀니지처럼 독재 정치에 신음해온 인근 아프리카 및 아랍권 국가들에선 인간다운 삶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 처럼 번져가고 있다.
15일 실직에 항의해 30대 남성이 분신 자살한 알제리의 상황은 튀니지가 겪었던 독재타도 과정과 상당히 흡사하다. 시위는 일상사가 됐고, 자살 시도도 네 차례나 더 발생했다. 알제리는 높은 실업률, 식료품 값 폭등 등 열악한 국민들의 삶이 튀니지와 여러 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아 ‘제2의 재스민 혁명’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는 국가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재자 알리 압둘라가 33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예멘의 경우, 수도 시나에서 1,000여명의 대학생과 인권운동가들이 튀니지 혁명을 지지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요르단과 이집트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권위주의 통치와의 결별을 외쳤다.
튀니지는 아프리카ㆍ아랍 민주화의 숨통을 텄지만 민주주의의 안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저항세력과 정부군의 총격전이 지속되는 등 혼란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탱크와 군인들에 에워싸인 수도 튀니스는 여전히 전시 상태를 방불케 한다. AFP통신은 “식량과 연료 등 생필품이 바닥이 나 약탈과 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구세력 청산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는 “여야를 망라한 통합 과도정부 명단을 17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 정부에는 벤 알리 정부와 유대 관계를 형성했던 정당은 철저히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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