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17일 발표한 간접체벌 허용 방안이 학교 현장을 흔들고 있다. 간접체벌 허용에 대한 반응은 찬반으로 갈렸지만, 교사들은 교과부와 일부 교육청의 엇갈린 방침이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남(51) 서울 문일고 교사는 "체벌 전면금지 이후 일부 학생들이 한계를 망각하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운동장 걷기 등의 간접체벌이나 출석정지 등이 도입되면, 학생들이 권한에 따른 책임을 절실히 느끼게 돼 상당한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반겼다.
그러나 이한배(46) 서울 가산중 생활지도부장은 "간접체벌이 다소의 성과는 거둘 수 있을 것 같지만 일관성 없는 관계당국의 대책 발표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은 일부 문제교사의 폭력행위를 막겠다고 체벌 전면금지를 서두르더니, 교과부는 말썽쟁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훈육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라며 "한 학기간 성찰교실과 벌점제 등을 운영하려 애써왔는데 학칙 도입을 둘러싼 새로운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가 제시한 간접체벌의 예시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 이모(27) 교사는 "운동장을 돌게 하는 것도 수업 중에 시키면 학습권 박탈행위이고 팔굽혀펴기도 지속적으로 시키면 심신에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며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학칙이 통과되면 학생에게 치욕감이나 신체적 고통을 주지 말라는 교육청 방침과 학칙 중 무엇을 따라야 하냐"고 반문했다.
관련단체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처벌 여부 등을 단위학교 학칙에 위임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교실에서 이뤄지는 수업방해 행위를 바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며 체벌의 광범위한 허용을 요구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과거 여러 정책 발표 시 교사들만 샌드위치처럼 교육청과 교과부 사이에서 혼란을 겪어왔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교과부의 지속적인 지도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생인권조례와 체벌 전면금지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유치하고 치졸한 대책"이라며 "출석정지 권한을 교사에게 준 것은 유기정학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으로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단체도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간접체벌도 직접 때리지 않을 뿐 결국 고통을 줄 수밖에 없는데 근본적 인권대책 없이 간접체벌 허용만을 언급한 것은 유감"이라며 "진보교육감의 조례 제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상위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라면 교과부의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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