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무엇인가 슬픈 일이 있었다. 펑펑 울었다. 꿈에서 깨니 그 슬픈 일이 무엇인지 하얗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울기도 많이 운 모양이다. 두 눈에도 베갯잇에도 눈물이 흥건하다. 눈물을 훔치며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 꿈이 나를 울렸던 것일까? 나는 꿈을 믿는다. 눈물의 꿈이라, '오늘 하루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내게 꿈은 늘 암시적이고 예언적이다. 내 나름대로 꿈을 해석하고, 해석이 불가능하면 어머니께도 여쭙기도 하고 꿈 해몽에 뛰어난 창원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묻기도 한다. 내게 최고의 꿈은 물고기 꿈이다. 흐릿한 물속에서 수많은 물고기 떼를 보면 길몽이다. 그런 꿈으로 원하는 것이 이뤄진 일이 많았다.
그 꿈은 언제나 깊지도 않는 물속이다. 바닥과 수면이 얼마 되지 않는데 내가 물고기 눈이 되어 봐서 흐릿한 것인지, 물이 흐릿한 것인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없지만 납작하고 큰 물고기들이 빼곡하게 모여 천천히 유영을 한다.
그건 내 전생이 물고기란 말인가? 아니면 내 후생이 찾아와 전하는 예언서인가? 꿈이 해몽을 낳고, 해몽이 꿈을 낳아 겨울 새벽, 생각이 끝이 없다. 절집에서 자고 깨는 것은 짧은 꿈이고 나고 죽는 것은 긴 꿈이라 했다. 하룻밤 짧은 꿈이 나를 또 번뇌하게 한다. 오늘은 아무래도 신문의 '오늘의 운세'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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