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정책을 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상반된 태도가 시선을 끌고 있다.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 저지에 적극 나서면서 서울시의회와 갈등하고 있지만 경기도의회와 타협한 김 지사는 이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잠재적 대선주자들로서 미묘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 시장과 김 지사의 무상급식 행보는 뚜렷하게 갈린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가 추진하는 전면 무상급식 저지를 위해 주민투표를 제안하는 등 사활을 걸었다. 본인 스스로 "정치생명을 걸고 벌인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오 시장과 가까운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은 17일 "오 시장은 이 상태로 그냥 가면 서울시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을 하나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오 시장은 민주당 독재의 시의회에서 허수아비 시장을 할 바에는 다시 국민의 신임을 묻는 게 좋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친환경 급식 지원 예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의회와 타협했다. 그는 오 시장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스스럼없이 밝힌다. 김 지사는 14일 경기도민회 신년하례회에서 "경기도는 서울시처럼 무상급식을 놓고 싸울 시간이 없다"며 "우리는 낙후된 경기도를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의회도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다수이지만 도와 도의회가 초당적 협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과의 차별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왜 이처럼 다른 태도를 택했을까. 각자의 입장에서는 나름 전략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저지를 고리로 보수진영 투사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강단 있는 이미지를 제고할 계기도 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오 시장으로선 주민투표가 실시돼 성공하면 도약의 계기가 되고, 실시되지 못하더라도 별다른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 입장에선 무상급식 타협을 통해 합리적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평소의 투쟁적 이미지를 유연하게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 측근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 지사의 정치적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사람의 상반된 행보 이면에는 비박(非朴ㆍ비박근혜) 진영의 차기 대표주자를 놓고 경쟁하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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