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의 약값 인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어지럽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제도개선소위가 11일 상급 종합병원(44개 대형병원)의 약제비 중 환자 본인부담률을 60%(현재의 2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결정했으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와중에 회의 참석 대상자와 단체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달 말 전체회의에서 제대로 된 합의가 나올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복지부와 건정심이 논의를 시작하게 된 목적부터 헷갈리고 있다. 건정심 소위는 당초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방지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는데,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복지부는 "중증환자들의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한 조치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대형병원에서 경증 환자들의 부담을 늘려 동네 병ㆍ의원으로 보내는 방안'으로 짜깁기 절충안이 형성돼 가는 형국이다.
경증환자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30%에서 60%로 올린다고 환자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인가. 2009년 7월 같은 명목으로 대형병원의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50%에서 60%로 인상했으나 외래환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했다. 2005~2009년 대형병원의 진료비 증가율이 동네의원의 3배 가량 늘어나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반면 대형병원이든 동네의원이든, 중증이든 경증이든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30%로 똑같게 적용하는 상황에서는 대형병원마저 경증환자 진료로 수지를 맞출 수밖에 없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논의를 회피하면서 이해 당사자들에게 의료서비스 효율화 방안을 맡겨 둬서는 안 된다. 결국은 진료비와 약제비 인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정부가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려는 의도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업무를 구분하는 협력의료체계 확립 방안, 대형병원을 중증환자 전문병원으로 하고 1ㆍ2차 병원을 가정의학분야로 전환하는 문제 등에 대한 검토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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