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C 주식 저평가한 회계사 영장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17일 한화그룹으로부터 주식을 저가로 평가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회계사들에게 이를 지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김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2005년 6월 17일 당시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그룹의 IT계열사 한화S&C 주식 40만주를 김승연 그룹 회장의 장남인 동관(현 한화 회장실 차장)씨에게 싼값에 매각하기로 하고, 삼일회계법인 김씨에게 ‘주식가치 평가보고서’ 작성을 부탁했다. 김씨는 한화S&C의 주가를 적정 수준인 22만 9,000여원보다 훨씬 낮은 5,100원으로 평가했다.

검찰은 김씨가 보름 후에 보고서를 만들고도 6월 10일로 날짜를 소급해 허위 작성했다고 밝혔다. 동관씨는 저가 평가된 한화S&C의 주식 40만주(약 66.7%)를 사들여 그룹에 총 899억2,120만원의 손해를 끼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300억원대의 묻지마 채권이 동관씨에게 증여되고 그 자금이 ㈜한화 주식 매수 대금으로 사용됐으며 이를 다시 팔아 한화S&C 주식 구입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조성, 관리하고 계열사 부당 지원을 지시한 혐의로 김 회장을 세 차례 소환 조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