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는 금융위기 시 증시가 아닌 은행 부문에서 자본 이탈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은행세(거시건전성부담금) 부과나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같은 은행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17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거시 건전성 정책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 교수는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한국에서 팔고 나간 액수보다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 주식을 팔고 들여온 금액이 더 많았다"며 "그 해 10월부터 12월 사이 주식 부문에서 순유입이 이뤄졌기 때문에 주식 부문이 금융위기의 주범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대신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신 교수가 지목한 것은 은행 부문. 그는 "위기 발생 후 3개월간 은행 부문의 단기 외화부채 상환으로 유출된 금액이 490억달러에 달한다"며 "호황기에 자산을 늘린 은행들이 위기 시에는 이를 급격히 축소하고 나선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은행 부문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는 것이 신 교수의 제언. 그는 "통화정책의 자주성에 제약이 있거나 통화정책만으로 금융안정을 보장할 수 없을 경우 대출을 억제할 수 있는 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은행의 총 차입에 상한을 도입하는 것도 과도한 자산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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