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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금은 철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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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금은 철도의 시대

입력
2011.01.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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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으로 피폐해진 미국이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가장 큰 원동력은 철도였다. 그래서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일컬어 '철도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철도의 시대는 1862년 남북전쟁 중 철도회사인 유니언 퍼시픽과 센트럴 퍼시픽이 대륙횡단 철도 건설에 나서면서 시작된다. 당시 전쟁에 시달린 링컨 대통령은 철도 건설에 투입할 재정이 없었다. 결국 민간업자에게 철도주변의 광대한 국유지(남한 면적의 8배)와 노선 이용권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건설사업을 유치한다. 스탠포드 대학을 세운 스탠포드도 바로 이 시기, 센트럴 퍼시픽의 주된 투자자였다.

중국 철도산업의 드라마

하지만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로키 산맥을 뚫는 것은 당시 토목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모든 것을 사람 손으로 하다 보니 인부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죽어 실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골드 러시(gold rush)로 인해 인부 서넛 구하기가 빈대 서 말 모으기보다 어렵다던 시대, 이 같은 난공사를 가능케 한 것은 중국인들과 아일랜드인들이었다. 미개한 사람이라 불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은 만리장성을 쌓은 나라라는 주장에 잦아 들었고 수많은 중국인 노동자들이 투입된다. 당시 백인들의 눈에 중국은 지상의 나라가 아닌 외계인의 나라, 이른바 천상의 왕국(Kingdom of Celestial)으로, 중국인들은 천상인(Celestials)으로 비쳐졌다. 이에 반해 가난을 피해 신천지에 온 아일랜드인들은 지구인(terrestrials)으로 불렸다. 그래서 대륙횡단 철도는 굶주림에 지친 천상인과 지구인이 만들어 낸 초우주적 작품이란 우스개 소리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몰락해 가는 왕조를 등지고 신대륙에 온 '천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육체 노동뿐, 쿠리(Coolie:苦力)로 불리는 수많은 중국인들은 폭발사고가 아니면 백인 감독들의 채찍질에 죽어 나간다. 천상인은 급료에서도 지구인인 아일랜드인 인부의 절반에 못 미쳤고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 채 죽어 나갔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철도업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지난주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제네럴 일렉트릭(GE)이 중국 철도업체인 CSR(中國南車)과 손을 잡고 무려 588억 달러 규모의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고속전철 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GE 가 중국업체와 손잡은 가장 큰 이유가 다름 아닌 중국 철도산업의 첨단 테크놀로지라는 것이다. CSR 이 제작해 지난 연말 상하이~항조우 노선에 투입한 고속열차 허셰(和諧)호의 최고 속도는 시속 416.6 km, 세계 최고기업으로 불리는 GE조차도 중국 철도기술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처럼 쿠리로 처음 철도를 알았던 중국의 철도 사업은 이제 지구촌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라오스와 태국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를 2014년에 완공해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올해 안에 시속 660km 돌파에 도전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공언은 세계인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이 강조되는 시대를 맞은 지금, 세상은 다시 철도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도 철도 르네상스 맞아

코레일로 대표되는 한국 철도산업도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경부선 2단계 노선 완공, 공항철도 개통, 경춘선의 복선 전철화 등으로 과거 고속도로가 맡았던 역할을 이제 철도가 감당하고 있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로 시작해 '대전발 영시 오십 분'과'남행열차'까지, 그리고 곽재구의 시 '사평역' 에서 보듯이 기차는 한국인들의 이별의 정한을 대변해 왔다. 도대체 한국인들 만큼 기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드디어 한반도에도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김동률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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