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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절감" 日 기업들 권토중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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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절감" 日 기업들 권토중래

입력
2011.01.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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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부활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초엔고에 맞서 뼈를 깎는 원가절감 및 구조조정에 나섰던 일본 기업들이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경쟁력을 갖춰 화려하게 돌아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고환율과 수출의 착각에 빠진 채 너무 안일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화학 기업인 도레이의 닛카쿠 아키히로 사장은 17일 "도레이의 총 매출이 지난해 섬유, 화학, 정보통신재료, 환경ㆍ엔지니어링 등 모든 부문들이 성장하며 1조5,300억엔(한화 20조6,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1조3,600억엔에 비해 12.5%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2009년 401억엔에서 지난해엔 2배가 훨씬 넘는 83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닛카쿠 사장은 초엔고 현상에도 이러한 실적을 낸 배경에 대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처음에는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원가 절감 프로젝트들을 단행했다"며 "지난 1년 간 원가 절감액이 무려 1,100억엔(한화 1조4,000억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탄소섬유 투자계획 등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의 성장 등 외부의 환경도 실적 호전의 한 배경이 됐지만 원가 절감을 비롯한 자주적 노력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 대표기업들은 최근 공정 합리화, 현장 낭비요소 제거, 인건비 삭감 등을 통해 초엔고에 맞서왔다. 이미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자동차 3사가 원가 절감을 통해 달성한 영업이익 개선 효과(2,970억엔)는 초엔고로 인한 영업손실(2,241억엔)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이다. 특히 도요타는 2019년까지 일본 내 생산 공장 18곳에 대한 전면 공정 재조정을 완료하고, 내년까지 공통 부품 등을 확대함으로써 1,000억엔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파니소닉, 히타치, 도시바 등 전자 3사 역시 원감 절감 효과(7,408억엔)가 초엔고로 인한 영업손실(6,959억엔)을 상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다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레이의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의 이영관 사장도 "일각에서 '한국 기업들이 일본을 제쳤다'는 평가를 하는데, 한국 기업의 성과는 사실 환율 덕분"이라며 "환율이 좋아서 '엔조이'하고 있는 것이지, 일본처럼 혹독하게 구조 조정을 거친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환율이 거꾸로 된다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옆에서 일본 기업들이 하는 것을 보면 위기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일본 기업들은 미래 신성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점유율 1위기도 한 도레이는 앞으로 탄소섬유가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고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특히 한국 탄소섬유 시장이 지난해 2,400톤에서 2020년엔 1만4,000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도레이첨단소재를 통해 올해 5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또 다른 부문에도 2,5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원가 절감으로 생긴 잉여를 과감히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것. 이미 세계 최고지만 우리는 걸음마도 시작하지 못한 탄소섬유 분야의 투자가 이 정도다.

이에 따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일 일본으로 출국하며 "겉은 앞서지만 속은 일본 따라잡기 위해 한참 더 배워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러한 일본 기업들의 부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지난달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도레이 회장과 만찬을 함께 한 사실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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