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갈등이 해빙 기류를 타는 것인가."
최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를 둘러싼 당청 갈등 과정에서 파워게임 설(說)의 주역으로 알려진 여권의 고위 인사들이 상갓집에서 조우해 농담을 주고받자 이 같은 얘기가 나왔다.
14일 밤 10~11시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의 부친상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순차적으로 찾았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이 장관의 지원을 받아 정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면서 이 의원과 가까운 임 실장을 겨냥했다는 권력투쟁설이 제기됐었기 때문에 이들의 만남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의원은 옆자리에 앉은 이 장관을 향해 "(언론에서) 이 장관은 나와 적이라고 하던데, 정말인가"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이 장관은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자양강장제를 내밀었다. 이어 이 장관이 자신의 일정을 거론하면서 "원래 특임장관은 대통령 보고 자리에 모두 배석하게 돼있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그렇게 실세였느냐"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안 대표 아들의 로스쿨 입학 의혹 파문이 거론되자 이 장관은 구체적 경위를 설명하면서"안 대표 아들은 정당하게 합격했더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저녁 이미 상가를 다녀갔다.
또 이 장관이 빈소를 떠난 직후 임 실장이 들어서자 이 의원은 임 실장에게 "언론에서는 내 편이라고 하던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최근 제기된 권력투쟁설을 부인하면서 "내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 나이 70이 넘었는데 그것 하나 지키지 못하겠느냐, 지금 이 나이에 뭘 하겠느냐.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도 다행이지"라고 말했다.
이날 밤 상가에는 김무성 원내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과 오세훈 서울시장,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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