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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나눔의집, 일본 연구원 해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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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나눔의집, 일본 연구원 해고 왜?

입력
2011.01.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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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씨 "할머니 통역 위해 자비로 日행사 참가"나눔의집 측선 "지침 어긴 무단 개인행동" 해고 통보日시민단체 "韓-日연대에 지장" 항의전화 잇달아

위안부 할머니 9명의 쉼터인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는 일본인 직원이 한 명 있다. 무라야마 잇페이(村山一兵ㆍ31)씨는 2006년부터 나눔의집 역사관 연구원으로 상주하면서 할머니들을 돌보고, 매년 2,000여명에 달하는 일본인 방문객의 안내를 도맡았다. 2003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가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알게 된 뒤 그가 선택한 길이다.

그는 국내에서 '참회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부끄러운 역사를 외면하는 자신의 조국 일본을 대신해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한 달 동안은 출근을 하고도 일본인 방문객들을 먼발치서 바라만 봐야 했다. 지난 7일부터는 아예 나눔의집에 나가지 않고 있다.

무라야마씨는 지난해 12월 초 무기한 업무정지 통보에 이어 연말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무라야마씨와 그의 지인들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는 반면, 나눔의집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국내의 관련 단체를 비롯해 일본에까지 번졌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눔의집이 밝힌 해고 사유는 두 가지. 요구받은 시말서 2건을 제출하지 않았고, 무단으로 개인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무라야마씨는 지난해 12월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위안부 관련 심포지엄에 허락 없이 참석해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통역 등을 맡았다. 나눔의집은 "일본의 집에 간다고 해놓고 행사에 참가해 사무국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라야마씨는 "나눔의집이 일본어가 불가능한 직원을 보내도록 해 일본의 주최측도 당황했고 강 할머니도 불안해해서 휴가를 내고 자비를 들여 개인 자격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라야마씨와 나눔의집 사무국 사이의 갈등은 사실 그간 여러 차례 있었다. 무라야마씨는 목에 명찰을 걸고 다니라는 사무국 지침을 "압박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한일강제병합 100년이었던 지난해에는 나눔의집 할머니들에게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일본인들이 많이 온다는 얘기를 했다가 "몸이 불편한 할머니에게까지 집회 참석을 종용했다"며 사무국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나눔의집은 이 두 가지 일에 대한 시말서를 쓰라고 지시했고, 무라야마씨는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

서로에 대한 앙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무라야마씨는 "나눔의집 역사관 업무를 잘못 처리했거나, 할머니들이 집회에 나갔다가 다치거나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업무정지와 해고는 과한 처분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태도와 직무 등의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해고 시 서면으로 30일 이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무라야마씨), "정확히 말하면 해고가 아니라 3월에 재계약을 안 한다는 것이다"(안 소장) 등 해고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무라야마씨는 "한 달간 홀로 속앓이를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정이 일본 우익세력에 알려져 자칫 위안부 문제에 악용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무라야마씨 소식을 접한 일본 내 위안부관련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나눔의집에 항의전화와 이메일 등을 보내고 있다.

"그가 해고 당할 경우 그간 나눔의집에서 실천해온 국제연대운동에 큰 지장이 생기고 두터운 신뢰를 보낸 할머니들도 불안감을 느낄 것입니다"(오사카공립고 교사), "젊은 사람들이 무라야마씨의 해설을 잘 이해하고, 그가 할머니들을 일본에 데리고 와 증언하도록 도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가해국 남자인 그의 이야기 자체도 일본 남자들의 (위안부 관련 운동) 참가를 늘리고 있다"(쯔보카와 히로코)는 등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무라야마씨가 나눔의집을 떠나는 것은 단순히 직원 1명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100만~15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위안부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며 최전선에서 한국과 일본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무라야마씨에게 "이런 일이 있어 부끄럽다"고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계약이 가능하다면 좀 더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일을 그만두려면 타의가 아니라 스스로의 결심이 필요하고, 할머니들과 정리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할머니 한 분은 '내가 죽을 때까지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꼭 떠나야 하느냐'라며 우셨어요. 병석에 계신 다른 할머니도 '할머니들만 생각해라. 네가 참으면 안 되겠니'라며 손을 꼭 붙잡아 주셨고요." 현재 나눔의집 사무국은 일본어 강사로 활동 중인 봉사자를 그의 후임으로 내정한 상태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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