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조건 너무 많고 까다로워서비스 많아질수록 소비자 부담만 느는 꼴
'모든 주유소에서 ℓ당 80원 할인, 마트 10% 할인, 전달 30만원 이상 이용 시 5% 할인한도 부여'
롯데카드가 요즘 한창 띄우고 있는 '롯데드라이빙패스카드' 의 부가서비스 목록이다. 이 정도 할인 혜택이면 고유가, 고물가 시대에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 작년 9월 중순 출시해서 불과 4개월여 만에 15만장 이상 발급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은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작년에 이 카드를 발급받은 회사원 이모(35)씨는 아무 의심 없이 주유도 하고 대형마트도 이용했는데 할인은 기대에 턱 없이 못 미쳤다. 물론 '전달 30만원 이상 사용'이라는 조건도 충족했는데 말이다. 이씨가 카드사에 문의한 결과, 돌아온 답변은 "전달 이용금액에서 할인 받은 매출 건수는 제외된다"는 것. 예컨대 마트에서 10만원을 결제하고 할인받았다면, 10만원 전체가 사용금액에서 제외된다는 얘기였다.
엔진오일 교환할인도 마찬가지. 그랜저TG 차량은 제외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확인했다. 이씨는 "여러 번 항의해서 겨우 할인은 받았지만 뭔가 속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가서비스 논란
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가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요란한 홍보와는 달리, 막상 사용해보면 숨겨진 조건들이 너무 많고 까다롭기 때문. 그렇다고 다시 취소하기도 뭣하고, 그러다 보니 쓰지 않고 책상서랍 속에서 잠자는 카드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도 이 부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한카드의 '신한GS칼텍스 샤인카드'도 감춰진 조건이 많기는 마찬가지. 운전자를 겨냥한 카드이지만, 카드사는 주유와 교통비 외에도 영화 티켓과 놀이동산, 야구 경기 할인까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LG트윈스와 기아타이거즈 홈 경기는 이용 실적에 관계 없이 2,00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종목이 주유인 카드치고는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전월 20만~100만원의 주유실적에 따라 ℓ당 60~100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카드사는 전월 이용실적에서 주유 매출은 제외된다는 점은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회원들 사이에서 "매달 주유 외에 쇼핑과 여가생활에 돈을 펑펑 써야만이 주유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술"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출시해 현재 60만명이 가입한 삼성카드의 '삼성카앤모아카드'도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ℓ당 60원 주유 할인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이 역시 주유 매출은 전월 실적에서 제외된다.
결국은 소비자부담
카드사들의 얄팍한 상술에 소비자들 역시 얄팍하게 대응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카드가입자들은 "발급일로부터 최대 3개월까지는 전월 이용실적에 관계없이 할인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이용, 충분히 할인혜택만 받고 3개월 이전에 해지하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 명백한 도덕적 해이지만, 카드사들로선 남 탓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는 부가서비스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업체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그것 말고는 승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가서비스가 많아질 수록, 그 비용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 금융당국도 이 부분을 집중 조사,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축소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가입자에게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한 뒤 그 비용을 가맹점 수수료로 보충하는 구조"라며 "부가서비스가 축소되면 가맹점수수료를 추가로 내릴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