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스코의 2010년4분기 실적 발표 이튿날인 14일, 증권사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현대(64만원→57만원) 대신(60만원→58만원) 하이투자(60만→57만원) 한국투자(70만→60만원) 등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릴레이가 이어졌다. 50만원대 목표가는 사실 1년 전 주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2. 새해 들어 주가가 다시 하강곡선을 타고 있는 한국전력. 지난주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물가안정대책마저 나왔다. 시장이 고대하던 전기요금 인상이 물 건너가면서, 13,14일 이틀간 주가는 2.6% 하락했다.
작년 상승장에서 불운했던 대표 루저(패자)들을 꼽자면, 첫 손에 꼽힐 종목은 포스코와 한전.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승승장구하며 코스피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와중에도, 포스코와 한전은 주가가 각각 21%, 11%나 떨어지며 맥을 못 췄다. 해가 바뀌었어도, 포스코(14일 종가 47만6,000원)와 한전(2만8,000원)은 불과 2주일 만에 2.25%, 7.28%씩 빠졌다. 포스코는 지난주 현대차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빼앗겼고, 2009년말 시총 5위였던 한전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도 '산 넘어 산'이다.
포스코
1년 전 60만원을 넘었던 포스코의 주가는 현재 4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2009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13%포인트 가량 웃돈 저력을 생각하면, 지난해 이후 주가 흐름은 실망스러운 수준. 작년부터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재료 계약이 분기 단위로 바뀌며 비용 부담이 커졌고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은 불리했다. 그렇다고 주가 부진을 업황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작년 현대제철은 44%나 상승했다. 투자 매력을 깎아 내릴 악재는 많았다. 현대제철의 증설로 내수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추락했고, 인도제철소 착공도 진척을 보지 못했다.
올해는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다. 긍정적 재료는 지난 4분기에 바닥을 찍은 수익성의 회복 기대감이다.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원재료 비용 부담은 줄고 제품 가격은 오를 전망. 하이투자증권 정지윤 연구원은 "전분기보다 10~13%정도 싸게 계약한 철광석 등 저가 원재료가 투입되고 있고, 상반기 국제 철강시세가 오름세를 보이면 포스코도 제품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하반기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는 더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성장 부문 투자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 인도제철소가 발목이 잡혀있고, 대한통운 인수ㆍ합병(M&A) 참여도 시장은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현대증권 김현태 연구원은 "시장이 예상하는 대한통운 매각가(주당 16만~17만원)를 감안하면, 인수전 참여는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전력
요즘 증시에서 한전은 '사면초가'다. 작년 초 주가를 4만원대까지 밀어올린 해외원전 수출은 약발이 떨어진 지 오래다. 작년까지 3년째 적자도 예상되는데, 이번 겨울 한파도 실적개선에 걸림돌이 됐다. 난방용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12월 전력 판매는 전년도와 비교해 7.3% 증가했는데, 문제는 한전은 매출이 늘면 늘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점. 급증한 전력 수요를 맞추자면, 생산단가가 비싼 전기를 구입해 미리 정해진 가격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가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물 건너간 전기요금 인상이다. 작년 8월 평균 3.5% 인상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유가 상승 등 비용 인상 부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 시장에선 현재 수준에서 10% 가량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전기 및 가스 요금을 상반기 중 동결하기로 한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은 한전 주가에 대형악재일 수밖에 없다. 삼성증권은 대책 발표 직후 한전 목표주가를 4만6,5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낮췄다. 이제 호재는 7월 실시 예정인 연료비 연동제밖에 남지 않았다.
동부증권 유덕상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을 살리려면 상반기 요금인상이 절실했는데, 공공요금 규제로 모멘텀이 사라졌다"며 "최근 물가 이슈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한전은 원료비 인상을 전가할 방법은 막히고 비용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어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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