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증시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주가가 오르면 증권사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 경기가 가장 먼저 풀리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여의도 경기가 가장 먼저 얼어붙는다. "주가상승으로 부의 효과가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여의도부터 봐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
하지만 지금 여의도는 썰렁하기만 하다. 증권맨들을 겨냥한 호객꾼이나 술집 전단지도 보기 힘들다. '여의도 경력'이 10년 된다는 한 유명 한우식당 종업원은 "연말에 망년회 하는 사람들로 잠깐 북적였을 뿐 새해 들어선 손님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증시는 '연초효과(신년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를 톡톡히 누린다지만, 여의도 상가에선 '연초 경기'가 완전 실종된 상태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증권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와 '개인소외' 현상을 지목하고 있다. 나아가 "더 이상 여의도가 증시경기의 선행지표역할을 하기 힘들 것 같다"고들 입을 모은다.
일단 지금 주식시장은 직접투자와 간접투자(펀드)로 단순ㆍ명쾌하게 구분됐던 과거 투자방식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상태. 증권사들이 투자자문사들에 의뢰해 운용하는 '자문형 랩'이 대표적 사례다.
자문형 랩은 직접 투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펀드와도 다르다는 점에서, 직ㆍ간접 투자의 중간지대에 놓여 있는 상품. 요즘 이 상품에 뭉칫돈이 많이 몰리고 있는데, 과거 직접투자자금과는 달리 증권사 직원들은 이 상품을 많이 유치한다고 해도 두둑한 보너스를 받기는 힘들다. 한 증권사 직원은 "예전엔 증시가 살아나면 일단 여의도에 있는 증권맨들부터 고객관리 목적이든 혹은 개인적으로든 돈을 많이 썼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도, 그럴 구조도 아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역시 갈수록 직접투자는 기피하는 분위기.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들은 이제 주식투자도 적금처럼 생각한다"면서 "주가가 올랐을 때 직접 투자자들이 느끼는 기분과 펀드투자자들이 느끼는 기분은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펀드가 대세이다 보니 '대박' 확률이 낮아졌고 수익률 완만하다 보니, 주가가 2,100을 돌파해도 소비심리 개선은 간접적이고 2차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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