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0위권인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물린 저축은행의 부실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만큼 예견된 조치다. 특히 삼화의 경우, 금융당국이 과거 부실처리 방식과 달리 영업정지와 함께 매각절차를 병행해 2월 중순까지 최종 인수자를 선정키로 했다. "존재감만으로 시장의 질서와 기강을 잡겠다"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속도전이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안절부절할 만 하다. 실제로 전체 105 곳 가운데 몇몇 우량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BIS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적기 시정조치'대상이 되거나 공적자금 지원에 따른 경영정상화 약정(MOU) 대상이다. 상황이 나쁜 5~6곳은 추가 영업정지 대상으로 이미 거론된다. 대주주들이 유상증자나 부동산 매각 등의 자구노력으로 정상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시장 반응이 부정적인 곳이다.
금융위가 4대 시중은행 지주사를 불러 부실 저축은행 인수자로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권역별로 설정된 예금보호기금에 통합계정을 만드는 편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다소 잡음이 있더라도 금융당국이 나서 시장 불안요인을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것이 신중함의 비용보다 훨씬 싸다는 판단이다.
기왕에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 결정이 초래한 문제를 매번 공적자금이나 민간에 떠맡겨 해결하는 습성은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 저축은행 PF 부실도 따지고 보면 정부가 2006년 BIS비율 8%만 넘으면 마음대로 대출하도록 섣불리 규제를 풀어준 때문이다.
감독 책임은 더 크다. 삼화의 경우 2009년 8% 안팎이던 BIS 비율이 지난해 갑자기 -1.42%로 떨어졌다. 대주주의 경영부실에 대한 행정적 제재는 물론 민ㆍ형사 책임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 금융기관이 망해도 5,000만원까지 일률적으로 보장, 도덕적 해이를 낳는 예금보호제도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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