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기독교 신앙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십자가는 결국 자기희생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 십자가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오늘날 교회와 기독교인의 삶이 흔들리는 것 아닐까요?"
16년간 세계 각지 1,000여 개의 십자가를 수집해온 경기 의왕 색동교회 송병구(50ㆍ사진) 목사가 각국의 아름다운 십자가를 소개하면서 묵상 에세이를 붙인 책 (한알의밀알 발행)을 출간했다.
송 목사가 십자가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독일 한인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부터다. "1994년 겨울 제가 살던 독일 보훔시 성탄 장터에서 동전 몇 푼으로 산 주석 십자가에는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말씀이 씌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릅니다."
8년간 독일에서 생활한 후 귀국해서 지금까지 송 목사가 모은 십자가는 약 1,000여 개. 아기예수가 구유에 누운 모습을 형상화한 프랑스의 도자기 십자가, 콥트교회 사제들이 쓰는 가죽매듭 십자가, 옛 동서독을 갈랐던 철조망 조각을 볼트와 너트로 이어 붙인 십자가, 폴란드 비엘리츠카 암염광산에서 생산된 소금으로 만든 소금 십자가, 베니스의 유명한 유리공예로 만든 십자가, 호주 원주민의 십자가, 멕시코 마야지역의 씨앗으로 만든 십자자 등. 그는 이 십자가들을 예수의 탄생, 골고다언덕, 부활 등 7개 주제로 나눠 책에 실었다. 송 목사는 "십자가에는 민족과 지역마다 고유한 얼굴이 담겨 있고, 깊은 신심과 영성을 상징화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오늘날 개신교계가 십자가에 자신의 몸을 맡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며 "십자가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십자가의 자기 희생정신을 외면하거나 잃어버리면 기독교 신앙의 바탕이 흔들립니다. 우리 신앙의 목적이자 나침반인 십자가를 보지 않으니 자기 생각, 자기 판단에 따라 교회를 지배하게 되고, 나누기보다는 모으려 하는 것입니다." 송 목사는 현재 십자가 700점을 김포 고천 감리교회 내 크로스갤러리에 전시하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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