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검찰 내부에서 법원의 영장심사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영장항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검찰은 공식적으론 확전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영장 발부 기준을 도무지 모르겠다"며 법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검찰 간부는 16일 "'증거 인멸을 하려 하긴 했으나, (실패해서) 지금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영장 기각 사유는 말장난이자 코미디"라며 법원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강 전 청장이 자신에게 돈을 건넨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를 해외로 도피시키려 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법원이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간부는 "이번 영장 기각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은 판사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일 뿐 영장 발부 기준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도 "법률상 없는 용어인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까지 기각 사유로 내세우는 것은 법원이 영장 심사에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영장 기각 이튿날인 14일 주변에 "(법원이) 검찰을 밟고 가려 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검찰 내부의 여론이 그동안 오랜 논쟁의 대상이자 법원과 첨예하게 주장이 맞서 있는 영장항고제 도입 요구로 모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장항고제는 법원의 영장 발부 또는 기각 결정에 대해 검찰이나 피의자가 상급 법원에 재심사를 요청하는 제도. 검찰 관계자는 "영장항고제는 지금과 같은 '로또 영장'의 견제 차원뿐 아니라 사법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장항고제 도입 주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편의주의에만 기대려 한다는 견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검찰이 영장 기각에 불복하면 재청구하면 된다"며 "영장항고제를 도입하자는 건 보강 수사 없이 항고를 통해 영장을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강 전 청장 영장 기각을 통해 검찰이 영장항고제 도입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는데 전반적인 제도 손질 없이 분위기에 편승하려고 한다면 사법 시스템을 후퇴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원 측은 영장 발부 또는 기각 두 가지로 한정된 영장 심사제도 전반을 손볼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영장항고제 도입에 대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여야는 물론 검찰, 법원 간의 견해 차가 커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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