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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황영조 국가대표 마라톤 기술위원장 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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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황영조 국가대표 마라톤 기술위원장 겸 감독

입력
2011.01.1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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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마라톤 金기폭제로 8월 대구 세계육상서 '반란' 꿈꿔요"

한국마라톤이 8년 만의 국제대회 금메달 사냥으로 한껏 고무돼 있다. 육상계 안팎에서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어깨춤을 덩실덩실 췄을 정도였다. 지영준(30ㆍ코오롱)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보인 금빛 질주 때문이다. 마라톤 이외에도 남녀 멀리뛰기와 여자 100m 허들에서 금빛 쾌거를 거뒀지만 대회 피날레를 장식한 마라톤의 상징성이 워낙 큰 탓이다. 한국 마라톤이 이처럼 지영준을 등에 업고 크게 웃고 있지만 불과 1년 전 이봉주가 은퇴한 뒤에는 한숨소리가 드높았다. 모두들 마라톤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41ㆍ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한국마라톤에서 황영조란 이름 석자가 가지는 의미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리킨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제패해서가 아니다. 한국마라톤을 황영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황영조 이전이 목소리만 큰 리더십이었다면 황영조 이후는 선수들의 심기를 고려한 섬세한 맞춤형 리더십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3명의 마라톤 국가대표와 함께 제주도에서 합숙훈련중인 그를 13,14일 만났다.

-예상치 못한 금메달이었는데 마라톤 기술위원장 겸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막장에서 캐낸 금메달입니다. 2시간 7분대인 한국기록이 10년째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10분대 이내로 골인하는 선수가 1명밖에 없는 가운데서 일궈낸 성과였습니다. 아시아권에서도 케냐에서 수입해온 선수들이 즐비한데 감히 메달을 기대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막장이라는 의미입니다. 순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라는 걱정에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금메달을 딴 그날 하루만 기뻐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입이 바짝 마를 정도로 긴장감이 밀려왔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상지여고 정만화 감독을 남자 국가대표 코치로 발탁한 것은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는데요.

"개인적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선수와 궁합이 맞는 지도자를 찾아주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영준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도자로는 정만화 감독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대한육상연맹 내부에서도 크게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주위에서 이런 저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금메달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올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메달을 기대해도 될까요.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은 차원이 다릅니다. 동네축구와 월드컵대회로 비유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그러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우쭐거릴 때가 아니란 이야기 입니다. 2시간15분대로 골인하는 국내 선수는 불과 10여명 안팎입니다. 하지만 케냐에선 무려 1,500명에 달합니다. 비교 불허입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남의 잔치에 그치게 해선 안될 일입니다. 마라톤은 변수가 많은 종목입니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면 이변이 충분히 가능하기에 희망을 버리진 않고 있습니다. 특히 14일 케냐에서 1급 마라토너 1명이 입국합니다. 지영준의 페이스메이커로 활용하기 위해섭니다. 또 장거리 유망주 전은회도 마라톤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설 계획입니다. 이들에게 한국마라톤의 희망이 있습니다."

-도심을 왕복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코스에 대해 크게 불만을 표출한 적이 있었는데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험한 지형에서 잘 뜁니다. 스피드보다는 지구력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선수들은 타고난 스피드로 거침없이 나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높낮이가 심한 코스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선택된 코스는 도심을 순환하는 평탄한 거리였습니다. 한마디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셈이죠. 우리 선수들은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스피드와 체력 등 모든 면에서 상대가 안됩니다. 객관적인 기록만으로도 4분여 차이가 납니다. 세계랭킹도 100위권 이하입니다. 그러나 대구는 우리의 안방무대입니다. 거리의 수많은 관중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준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2시간 4~5분대를 밥 먹듯이 뛰는 아프리카 선수들이 아무리 많아도 한 국가당 5명으로 출전이 제한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가 '반란'을 꿈꿀 수 있습니다. 출전선수 5명중 3명의 기록을 합산해서 등수를 매기는 단체전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육상선수권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마라톤 국가대표에 대한 지원은 충분합니까?

"1년 전 국가대표 감독막?훈련장에 나와보니 선수 1인당 하루 식비가 2만1,000원이었습니다. 당시 축구 국가대표들은 한 끼당 2만5,000원이더군요. 육상연맹에 '남들보다 못 먹고 있는데 어떻게 남들보다 잘 뛰기를 기대하느냐'고 하니까 5,000원 올려주더군요. 그 속에는 중간 중간에 마시는 음료수비도 포함돼 있습니다. 가령 40km 거리훈련을 할 때는 규정상 8번의 음료를 지급하게 돼있습니다. 그렇다면 1,000원짜리 스포츠 음료를 8병 사서 마셔도 8,000원입니다. 결국 식비는 1만8,000원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달랑 하나만 놓고 먹으란 이야기 입니다. 100m, 200m 등 단거리종목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똑같이 식비가 정해졌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마라톤 선수들의 훈련량은 단거리 종목의 10배, 20배는 되지 않겠습니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 방향은 정해졌나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시작된 합숙훈련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아무리 기록이 좋고 몸 상태가 나은 선수라도 부상으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부상과는 상관없이 기록 순으로 선발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대구는 분지라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역입니다. 더군다나 마라톤은 9월초에 열립니다. 누가 더위에 강한지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남자 15명, 여자 8명이 합숙 훈련 중입니다. 3,4월중에 국제대회에 출전시켜 1차 테스트를 거치는 등 무한 경쟁을 시킨 뒤 대회 열흘을 앞두고 최종선발 할 계획입니다."

-올해 우리나이로 42세로 알고 있는데 아직 결혼 안 하셨죠?

"은퇴한 이후 고려대에서 석,박사를 마치는데 10년이 걸렸습니다. 박사학위 논문 를 쓰는데 만 8년이 걸렸고요. 이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으로서 후배들 지도하는데 시간을 쏟다 보니 어느덧 마흔 줄에 접어들었습니다. 노모께서 많이 서운해 하셨나 봅니다. 최근에는 부쩍 결혼하라는 압박이 많이 들어옵니다. 아직 사귀는 사람은 없지만 올해에는 꼭 장가가고 싶습니다.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십시오."

-선수로서는 모든 것을 다 이뤘지만 지도자로서는 성적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우리팀(국민체육진흥공단)은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계약금이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코오롱 같은 재벌기업들이 운영하는 실업팀은 거액의 계약금으로 우수한 선수를 스카우트합니다. 심지어 시ㆍ군청소속 팀들도 계약금을 내걸고 선수들을 데려갑니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돈 한푼 안주니 싹수 있는 선수를 데려올 수가 없죠. 그렇지만 우리 팀 선수들도 전국체전 중장거리부문 등에서 10여 차례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실업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한 선수들도 아무 조건 없이 우리팀에 와서 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 아픈 질문 하나 던지겠습니다. 육상계 일부에서 '황감독은 선배를 몰라본다'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황영조는 싸가지가 없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저의 스타일이 남들과 좀 다르기 때문에 나돈 풍문 같습니다. 저는 올림픽 금메달도 따봤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도 취득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선수지도 방법도 많이 다릅니다. 일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사실 저 역시 고교 때부터 감독과 코치 없이 나홀로 훈련을 해왔습니다. 실업팀에 가서도 제 스타일을 고집했으니까요. 그런 자신감이 선배들 눈에 건방지게 비쳐졌을 수도 있겠군요. 또 30대 어린 나이에 감독자리에 오르다 보니 그런 소리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특히 마라톤 국가대표팀을 소집해서 처음으로 합숙 훈련을 실시한 것이 결정적으로 선배들 눈밖에 난 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각 소속팀에서 개별 훈련을 했는데 저는 그 방법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실업팀 감독들의 반발을 뿌리치고 동ㆍ하계 때마다 두 달간 합숙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황감독이 마라톤 국가대표를 맡고 나서 성과가 좋으니까 '운이 좋아서'라는 말로 폄하하는 이야기도 흘러나오더군요.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운이 좋은 것도 결국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하필 제가 마라톤을 비롯한 중장거리 기술위원장을 맡았을 때 남자 5,000m와 1만m, 여자 5,000m와 3,000m 장애물경기에서 한국신기록이 나왔을까요. 그렇게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한번쯤 반문해줬으면 합니다. 황영조가 운이 좋다는 말보다 역시 맡겨두니 실력발휘를 하는구나 이런 덕담을 더 많이 해줬으면 합니다."

-감독 생활이 벌써 10년째 인 것 같습니다. 지도자로서 평소 후배들 정신교육을 어떻게 합니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을 꿈으로 삼으면 희망이 없다. 세계챔퓸弔?되겠다라는 각오로 달려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또 '무조건 열심히 뛰고 달리는 데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그런 노력은 반드시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팩트(Fact)입니다. 정확한 수치로 자신의 수고를 입증해야 합니다. 0.0001초를 다투는 게 스포츠 아닙니까. 그리고 '선수 생활할 때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오로지 마라톤에 자신의 100%를 쏟아 부으라' 라고 말합니다. 요즘은 훈련도 강도 높게 하는 편도 아니라서 선수 생활하기에 편합니다. 속 터지는 일도 있지만 그들에게 맞춰가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매일매일 훈련일지를 작성해오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선수들의 몸 상태는 물론이고 날씨, 장소, 달린 거리 등이 꼼꼼히 적혀 있습니다. 이게 저의 재산1호이자 리더십을 만드는 자양분입니다."

▦황영조는 누구?

출생= 1970년 3월 22일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

신체조건= 170cm, 68kg

가족관계= 어머니(72)와 누나 둘, 남동생

별명= 탱크, 불도저(저돌적으로 치고 나가기 때문에 친구들이 붙여줌)

학력= 강릉 명륜고-고려대 체육교육과-대학원 석·박사

소속=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

스포츠 봉사단 사단법인 '함께하는 사람들' 회장

제주=글ㆍ사진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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