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의 훤칠한 키에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하는 그의 한국말은 유창했다. 귀화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 여자야구대표팀의 4번 타자 왕종연(29)은 14일 아마추어 원로 야구인의 모임인 백구회로부터 의미 깊은 특별상을 받았다.
왕종연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蓮) 출신이다. 여성해방군 소속으로 중국 소프트볼 대표로 활약하다가 2003년 한국의 호서대로 유학을 온 왕종연은 2007년부터 여자 야구단 '비밀리에'에서 활약했다. 한국 국적은 이듬해인 2008년 취득했다. 그리고 소프트볼에서 야구로 종목을 바꿔 2008년 일본에서 열린 여자야구월드컵대회에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첫 출전했다.
"막상 국가대표가 되니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 정말 한국 사람이구나 하는…."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도 출전한 왕종연은 "처음 나갔을 때와는 또 다른 애국심 같은 게 저도 모르게 느껴지더라고요."
까다로운 귀화 절차와 귀화신청이 흔치 않았던 한족(漢族)이라서 당했던 수모는 그의 의지를 더 굳게 했다. "처음으로 한국 국적 취득을 시도했던 2005년 당시 '위장 결혼'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한족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거예요. 꼭 한국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오기가 생겼죠."이후 4년간 줄기찬 시도와 노력 끝에 마침내'한국 사람'이 됐다. "운동과는 별개로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말도 배워보고 싶어 호서대로 유학을 왔는데 한국 소프트볼 협회에서 귀화를 제안했어요."
천부적인 언어 감각으로 금세 한국어를 습득했지만 '문화'까지 체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국은 존칭이 없는 반면 한국, 특히 스포츠는 위계 질서가 뚜렷하잖아요. 고생 많이 했죠."
우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왕종연은 한국 대표팀에서도 단번에 간판 타자 자리를 꿰찼다. 전형적인 중장거리 타자에 3루수와 유격수, 포수까지 가능한 전천후 플레이어. "개인적으로는 포수 자리가 가장 편한 것 같아요. 투수들은 제 공을 받기 힘들다고 하지만(웃음)."
귀화 후에 사랑하는 한국 사람과 2009년 결혼에도 골인했다. 지난해 단국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 석사학위를 땄고 현재 'CMC'여자야구단에서 활약하고 있다. 왕종연은 "훗날 은퇴한 뒤에도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 코치나 감독이 아니더라도 여러 방면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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