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불거진 당청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수습 국면에 들어갔지만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청와대와 상의하지 않고 갑자기 정 후보자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6일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안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은 연기됐다. 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사실 이 대통령과 안 대표간의 관계는 미묘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양측은 매월 정례회동을 갖기로 약속했지만 회동은 지난해 9월7일과 11월17일, 12월11일 등 단 세 차례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회동은 비공식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해 7월 대표로 선출된 뒤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협력과 견제 병행론'과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사전 조율 필요론'을 들고 나왔다.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같은 입장은 첫 회동부터 표출됐다. 안 대표는 "당청 관계는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건강한 관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여당 내 분파된 모습은 국민에게 좋아 보이지 않으며 집권여당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뼈있는 말을 건넸다.
두 번째 회동에선 '부자감세'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에서 조속히 결론을 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안 대표를 포함해 여당 일부에서 제기한 감세 조정 움직임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13일 회동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수고했다며 격려했지만 안 대표는 예산안 강행 처리에 따른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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