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 판도가 새롭게 바뀌고 있다. 한국, 일본 등 극동세와 함께 아시아 축구의 양대 축으로 군림했던 중동세가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중앙 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 신흥 강호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 판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무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동의 맹주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몰락이다. 사우디는 조별리그 C조에서 2연패, 16개 팀 가운데 가장 먼저 8강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사우디는 1980년대 이후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축구 강국이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아시아 대표로는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4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아시안컵에서도 세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2011 아시안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같은 중동권 팀에 2연패, 더 이상 '중동 축구의 맹주'로 불릴 수 없음을 확인시켰다. 시리아와의 1차전에서 1-2로 진 사우디아라비아는 요르단에마저 0-1로 패배했다.
'세계화 실패'는 사우디 축구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슬람교 중심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사우디 축구는 자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인색했다. '오일 달러'를 앞세워 유럽 리그 못지않은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지만 선수들의 도전 정신을 무디게 했다.'우물 안 개구리'에 머문 사우디 선수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었다. 야세르 알카타니(29ㆍ알힐랄)가 대표적인 사례다.
알카타니는 2007년 A매치에서 13골을 터트리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는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알카타니는 이를 고비로 하향세로 접어들었고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무득점으로 부진했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A조에서 2연승으로 8강 진출에 성큼 다가서며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우즈베키스탄은 사우디와 달리 외부와의 교류에 적극적이었다. 2경기 연속 골을 터트린 세르베르 제파로프(분요드코르)는 지난해 6개월간 FC 서울에 단기 임대돼 18경기에서 1골 7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에 공헌했다. 막심 샤흐키츠(키예프)는 99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활약하고 있고, 알렉산더 게인리흐(파흐타르)도 우크라이나 리그를 경험했다.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딸이 구단주인 분요드코르는 명문 클럽 도약을 목표로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세계화를 추진해왔다. 브라질의 전설 지코(2009년), 명장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2009~10년)가 사령탑을 역임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맹활약한 히바우두(브라질)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분요드코르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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