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이 13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파문을 정리하면서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부적절한 인사로 초래된 여론의 지탄과 당정 갈등 파문 등에 대한 사과 입장 표명은 생략했다.
임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이날 정 후보자 사퇴 문제와 관련한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티타임을 가졌다고 홍상표 홍보수석이 전했다. 허심탄회한 의견이 교환된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흔들림 없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 비서진의 무한 책임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어 더욱 단단히 결속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티타임은 전날 이 대통령이 참모진과 점심 식사를 한 뒤 임 실장의 사무실을 찾아 "흔들림 없이 일해 달라"며 비서진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밝힌 뒤 이뤄졌다. 신임을 받은 만큼 파문을 훌훌 털고 갈 길을 가자는 취지의 모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참모진들은 사퇴 파문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전날 정 후보자는 "진상이 어떻든 간에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뒤 사퇴했다. 따라서 정 후보자 인선과 검증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참모진이 이에 대해 유감 표명 없이 사태를 마무리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26일 만찬 회동이 무기 연기됐다고 밝혔다. 당청 갈등의 앙금이 여전하다는 반증이고, 험난한 당청 관계를 예고하는 징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운천 전 농식품부장관, 박성효 전 대전시장의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계기로 당청 실무진들이 회동을 추진했지만 이 대통령의 일정상 늦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이 대통령의 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감정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연기된 형식이지만 일정이 잡히지 않을 수 있다"며 청와대의 냉랭한 기류를 숨기지 않았다. 물론 당청 회동에서 자칫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다만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김황식 총리가 주재하는 27일 고위당정협의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정치권은 향후 당청 관계가 협력, 갈등, 봉합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한나라당이 민심과 이 대통령의 이심(李心) 사이를 오갈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어 한나라당이 급격히 이탈하지는 않겠지만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청와대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할 때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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